[뉴스파인더 박필선 기자] 광복 70주년주간을 맞아 한중일 외교당국이 바빠졌다. 2차 세계대전 참전국이었던 일본과 주변국과의 대립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일본 내에서도 ‘사죄’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 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메이지시대 조선인 강제노역시설 등록을 통과시켰다.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사안에 한국 내 반대여론으로 등록 무산위기에 처했으나, 한일 양국이 ‘한국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시설물의 역사를 기록하는 데 합의해 등록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일본의 주변국 식민지배를 인정하고,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일본 정부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돼 노역을 했다는 사실을 공표한 최초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일본은 바로 다음 날 말을 바꿨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장관은 사토 구니 유네스코 대사의 발언에 대해 강제노역을 ‘Forced to work’로 표기하지만, 이는 ‘원하지 않음에도 일하게 됐다’는 의미이므로, 강제노역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사토 구니 대사의 발언은 국민징용령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강제노동이 아니라고 발언했다.

이 달 9일, 일본정부는 14일 발표할 ‘아베담화’ 원고 내용에 주변국에 대한 ‘사죄’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음이 밝혀져 다시 한 번 주변국을 자극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후 70년 아베 담화에는 전후 50년 무라야마 담화와 전후 60년 고이즈미 담화에 포함됐던 ‘사죄’ 문구는 물론, 그와 유사한 문구도 없었다. 전임 총리들이  ‘침략’ ‘식민지’ ‘반성’ ‘사죄’ 등 4대 키워드를 포함한 것과 상반되는 태도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총리 내각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의 주변국에 대한 태도에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담화의 내용을 모두 담을 필요가 없다는 총리측 입장이 전해지자, 공명당은 "과거 담화를 되밟는다고 총리는 말하지만 사죄의 의미가 세계 각국에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며 사죄의 표현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또 "일본이 왜 반성을 하는지, 그 대상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의미가) 전해지지 않는다"며 침략이라는 표현을 제대로 담을 것을 요구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지난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참석 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만나 아베 담화에 일본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이 분명히 재확인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여야 의원들도 아베담화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아베총리의 담화 내용에 따라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일수도 퇴행적일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일본 보수 정치계의 대표적 인물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솔직한 반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며 “과거사에 대한 솔직한 성찰만이 일본의 성숙함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아베정권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규탄하는 것만으로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 일본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능한 외교를 주문한다."며 "아울러 우리 정부 역시 분명한 역사인식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중국은 내달 3일 승전기념일에 각국 정상들을 초청한 상태다. 영국정부가 일본 정부의 전쟁 종식을 선언일인 8월 15일을, 미국정부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항복 문서에 서명한 9월 2일을 연합국 승전일로 바로보고 있는 시각 차에 의한 것이다.

이 날 행사에는 중국 정부의 열병식이 예정돼, 미국측은 이에 중국의 ‘패권주의’를 염려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일본 측은 담화 발표 후 아베 총리가 9월 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제안한 상황이라 난처한 입장이 됐다. 양국 관계 개선을 꾀하고자 한 제안이지, 패전을 ‘사죄’하러 방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3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 등의 행사도 있어 여러 제반 사항을 고려하는 중이다. 미국이 불참을 요청했다는 외신보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경축일, 우리 정부가 대중관계에 치우친다는 지적을 벗어나 실리적인 타협점을 찾고 한중일 3국 외교의 균형점으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점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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