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김은정 기자] 호주 정부가 국제 이슈인 테러와의 전쟁에 집중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고 조직범죄 단체가 정계 등 곳곳에 파고들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경고가 일고 있다.

호주 조직범죄 담당 검사인 니콜라 그라테리는 전 세계 경찰이 테러문제에 집중하는 사이 이탈리아 칼라브리안 마피아조직이 거침없이 촉수를 뻗치고 있다며 조직범죄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고 최근 공영 ABC방송에서 강조했다.

칼라브리안 마피아는 호주 내 지하 범죄조직 중 큰 규모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남부를 본거지로 하는 칼라브리안 마피아는 ‘은드랑게타’로도 알려져 있으며, 남미 코카인을 몰래 들여와 세력을 키워 왔고 유럽의 경제 위기를 이용, 합법적인 분야로 사업망을 확대하는 동시에 해외까지 조직망을 넓혀가고 있다.

호주 미디어그룹 페어팩스와 ABC 방송은 주정부 경찰 간에 오간 보고서를 최근 입수해, 시드니의 칼라브리안 마피아 두목이 가벼운 형량을 받기위해 판사들에게 220만 호주달러(19억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두 언론은 이 조직이 사법부뿐만 아니라 정치에도 제3자를 통한 기부금 제공 등을 통해 깊숙이 개입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칼라브리안 마피아와 깊은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 사람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자유당 모금 행사에 참석해 당시 존 하워드 총리와 당의 주요 인사들을 만났다. 그 당시 하워드 총리가 이 인물이 마피아와 연계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마피아 두목으로 알려진 한 인사의 아들은 이탈리아 로마 주재 호주대사관에서 업무 경험을 쌓기도 했다.

이탈리아 마피아는 조직원 보호와 사업 확장 등을 위한 기반 구축을 위해 더욱 많은 힘을 쏟는 것으로 호주 언론은 보도했다.

조직원 보호를 위해서는 묵비권을 행사나 위증을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판사 사례에서 나타나듯 사회 각 부문의 인사들을 매수하고 있다. 또 정부나 공공조직, 법집행기관 내에 조직원을 침투시키거나 해당 기관 직원을 돈으로 유인해 포섭하기도 한다.

특히 군에도 접근해 무기와 탄약 입수를 시도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돈벌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마약거래나 유흥업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거래나 수송, 건설, 부동산, 카페 등으로 활동 공간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호주 최대의 마피아 소탕전을 이끌었던 수사관 매트 워런은 ABC 방송에 이탈리아 마피아는 다른 조직보다 재규합 경향이 강해, 뿌리 뽑기가 쉽지 않으며, 앞으로도 이들은 마약 수입과 화이트칼라 범죄와 같은 불법 활동과 함께 유력인사들과의 관계 구축도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범죄 조직의 활동 범위가 확산되고, 정치인들이 이들의 유혹에 노출되면서 일부에서는 정치 기부금 제도가 제대로 감시를 받고 있지 않다며 감시제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가고 있다. 

지난 3월 '마피아의 도시' 나폴리를 방문한 교황. 당시 교황은 유혹에 넘어가지 말고 "범죄조직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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