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증오범죄 피의자 딜런 로프 

[뉴스파인더 김은정 기자]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총기난사로 9명을 살인한 백인 청년 딜런 로프의 범행 동기를 자극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종차별 단체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들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미국의 시민단체 '보수시민평의회'(CofCC)가 최근 몇 년 동안 공화당 유력 정치인들에게 후원금 6만 5천 달러(약 7천145만 원)를 기부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 리스트 중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 릭 샌토럼(펜실베이니아) 전 상원의원도 포함됐다.

CofCC는 지난 17일 찰스턴의 임마뉴엘 흑인 감리교회에서 흑인 9명을 사살한 딜런 로프(21)의 범행 선언문 때문에 주목을 받는 단체다.

로프 명의로 등록된 이 단체의 웹사이트 선언문의 저자는 흑인이 백인을 살해하는 끔찍한 범죄실태를 CofCC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선언문의 저자가 로프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이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선언문의 출처와 작성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로프는 이번 흑인교회에서 충기살인 범행을 하기 직전에 흑인남자들이 백인 여성들을 강간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보아 증오를 동반한 피해의식이 로프의 범행 동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도 크루스, 폴 의원, 샌토럼 전 의원 등이 CofCC(보수시민평의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기록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크루즈 의원은 8천500달러(약 934만원), 폴 의원은 1천750달러(약 192만원), 샌토럼 전 의원은 1천500달러(약 165만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루즈 의원의 대변인 릭 테일러는 가디언과 뉴욕타임스에 CofCC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당장 환불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밝혔다.

샌토럼 전 의원의 대변인 메튜 베이넌은 가디언에 이메일을 보내 "샌토럼 전 의원은 인종주의자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다"고 샌토럼 전 의원의 입장을 밝혔다. 

폴 의원 측은 가디언, 뉴욕타임스의 해명 요구에 현재까지 어떤 답변하지 않은 상황이다. 

CofCC(보수시민평의회)의 회장인 얼 홀트(62)는 텍사스 주 빈민가의 부동산 업자로 활동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적이 있으며 평소 흑인비하 발언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홀트는 인터넷 게시판에 "흑인은 세계 역사에서 가장 멍청하고 게으르며 범죄를 저지를 성향이 짙은 인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범죄 유전자를 지녔다는 뜻을 담은 가짜 라틴어 '아프리카누스 크리미날리스'(Africanus Criminalis)를 지어내기도 한 인물이다. 

또한 작년에 홀트는 한 온라인 기고문에서 "흑인 운동가들이 백인을 죽이고 전체 가족을 강간하고 집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주장하며 흑인 운동가들을 향한 강한 혐호감을 드러냈다. 

미국내 증오단체들의 동태를 감시하는 미국남부빈곤법센터는 CofCC(보수시민평의회)를 흑인을 열등한 인종으로 보는 백인우월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있다.

홀트는 찰스턴 총격살인사태와 관련, 성명을 통해 "끝없이 이어지는 흑인의 백인 살해 사건을 폭로할 용기를 지닌 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로프가 CofCC(보수시민평의회)로부터 정보를 얻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단체는 폭력을 정당화하지 않고 있고, 이번 로프의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에는 책임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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