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김은정 기자] 7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친 미국 필라델피아 열차 탈선사고는 커브 구간에서의 과속 운행 탓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가 난 프랭크포드 교차점은 커브가 심한 구간이어서 규정 속도가 시속 80㎞로 제한돼 있다. 

미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13일(현지시간) 사고 열차가 탈선 직전 규정 속도의 두 배 이상인 시속 170㎞로 달렸다는 사실을 확인됬다. 

열차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기관사는 사고 발생 몇 초 전 비상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속도를 겨우 시속 6㎞ 낮춘 시속 164㎞로 떨어뜨리는 데 그쳤다.

로버트 섬월트 NTSB 조사관은 "탈선 몇 초 전에야 기관사가 비상브레이크를 최대로 밟았다"며 "우리의 임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왜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알아내서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의 자체 비디오 분석에 따르면 이 열차는 당시 커브 구간에 진입하기 전에도 시속 172㎞의 빠른 속도로 운행하고 있었다.

마이클 누터 필라델피아 시장은 "열차가 그렇게 빨리 달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당시 기관사의 조치에 사고 조사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ABC 방송은 사고 열차 기관사가 암트랙(AMTRAK)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브랜던 보스티언(32)으로, 2010년부터 기관사로 근무했다고 보도했다.

보스티언의 변호인인 로버트 고긴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스티언은 속도 제한 구간에 진입한 것까지는 기억하지만, 사고에 대해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의 다음 기억은 휴대전화기를 찾아 911 다이얼을 누른 것"이라고 밝혔다.

기관사가 경찰에서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고긴은 "보스티언은 경찰서에서 사고 뉴스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을 보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라며 "자신의 혈액 샘플과 휴대전화기를 자발적으로 경찰에 제출했으며 NTSB 조사에도 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스티언은 이 사고로 뇌진탕과 다리 부상을 당했지만, 사고 이전에는 건강상의 문제나 복용 중인 약이 전혀 없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NTSB는 하루나 이틀 정도 회복 시간을 준 뒤 보스티언을 조사할 방침이다.

암트랙은 전날 사고 몇 시간 전 해당 선로를 점검했으나 별다른 결함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져 선로 이상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러나 암트랙은 급커브로 악명 높은 해당 구간에 과속 열차의 속도를 자동으로 줄일 수 있는 제어시스템인 PTC(positive train control)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섬월트 조사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여러 해 동안 (PTC 설치를) 요구했으나 의회는 그럴 권한을 주지 않았다"며 의회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다음 회계연도에 24억5천만달러(2조 7천억 원)의 예산을 암트랙에 지원해달라는 민주당 요구를 거부했다. 

7명의 사망자 중 미 해군사관학교 사관후보생 저스틴 젬서, AP통신 직원 짐 게인스, 웰스파고 수석부사장인 아비드 길라니,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는 레이철 제이콥스, 메드거 에버스대학 학생처장인 데릭 그리피스 등 5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외신들은 밝혔다.

다만 최소 1명 이상의 실종자가 있고, 부상자 중 10여명은 중상으로 입원해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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