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북한을 탈출하여 남한입국을 위해 잠시 중국 길림성 훈춘지역에 체류중인 탈북자 최모씨와 전화인터뷰를 하는 과정에 북한군인들 속에서 강제전역을 위한 ‘친구 돕기’가 성행하여 군 보위당국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최모씨는 2009년 강원도 2군단 15사 공병대대에서 군복무를 하였다면서 군인들 속에서 군복무를 포기하기 위한 자위행위가 만연되어 있음을 전했다.

15사단 직소 공병대대에는 2007년 봄에 입대한 평북도 출신의 대원 2명이 있었다고 한다. 조광철은 신의주시 출신이고 김모씨는 염주군 태생으로 같은 도내인데다가 군 입대도 같이하고, 신병교육도 함께 받은지라 둘은 서로가 친하게 지내는 사이었다. 성격이 활달한 조광철은 신병훈련을 마치고 부대에 온 초기에는 열성이 대단하였다. 군무생활과 일상생활에서 다른 신병들에 비해 뛰어났고 지휘관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어려운 부대 환경 속에 계속되는 군사훈련과 생활은 국경도시에서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해온 조광철에게 있어서 강의한 인내심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군복무 1년이 지나 조광철은 초심의 열성을 집어치우고 영예로운 군복무라는 마음가짐을 포기하고 훈련과 일상생활에서 낙오자로 전락되고 말았다.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조광철의 심리가 위축되고, 정신우울증세를 보이자 위병근무에서도 제외시키고 일거일동에 대한 철저한 감시에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조광철은 밝은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모임에도 선참으로 모였고, 어떤 일에서도 열성을 보였다. 지휘관들은 다시 마음을 놓았고 위병근무에도 다시 내보내고, 부대 구내유동에 대해서도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2008년 10월 어느 날 저녁, 대대 위병소 근방에서 정적을 흔드는 한방의 총성이 울렸다. 대대에 비상이 걸렸다. 사고는 위병근무를 수행하던 초급병사(일병계급) 김모씨가 위병소에 나타난 조광철을 쏜 것이다. 쓰러진 조광철은 군인들에 의해 사단 군의소(의병소)로 이송되었고, 보초근무를 섰던 김씨는 부대 보위부 조사실로 불려갔다.

조광철과 김씨가 전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조광철은 위병근무를 서는 친구를 생각하여 식당에서 먹을 것을 얻어가지고 보초소로 갔고, 김씨는 말없이 접근하는 사람이 무서워 총을 발사했다는 것이다. 충분한 논리가 될 법도 하다. 위병근무 수행자는 접근 자들에게 2차의 경고를 먼저하고 3차 공포탄 후 조준사격을 하게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인 경우 정황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조준사격을 먼저 하는 사례가 있는 것이다.

평시에 두 사람이 각별히 친했다는 이유는 총격사건의 내막에 대한 의구심을 낳았지만, 반대로 너무 친했기 때문에 친구를 놀래느라고 하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해석하는데 유리했다.

총탄에 맞은 조광철은 사단군의장의 진단으로 급히 군단 40호 병원으로 후송되어 수술을 받았다. 허리 하부를 관통한 총탄은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남자 생식기의 전립선을 파괴해 버렸다.

몇 개월간의 입원치료를 마치고 조광철은 감정제대(병과 장애로 전역) 명령을 받고 부대와 마지막 작별을 위해 부대에 들렸다. 조광철을 총으로 쏜 김씨는 서먹한 표정으로 조광철을 마중했고, 김씨를 바라보는 조광철의 인상은 곱지만은 않았다. 밤이 깊어 부대는 고요한 정적에 잠겼는데, 산으로 오른 두 병사가 있었다. 조광철과 김씨였다.

그들의 대화내용은 대체 이렇다. “쏘려면 바로 쏴야지, 난 너 때문에 남자일생이 끝났다”와 “난 네가 시켜서 쐈다”이다. 사건의 진의는 전역을 꽤하여 조광철이 친구인 김씨에게 자신의 하체부분에 총을 쏴달라고 부탁을 했고, 김씨는 위병보초근무를 나간 기회에 그의 부탁을 들어 주어 총을 쏜 것이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 그른데 없다. 순찰을 하던 직일 장교가 그들의 대화내용을 엿들었고, 그들의 총격사건은 군기피를 위한 불순목적으로 자위된 정치적 사건으로 불거지기 시작하였다.

그 다음날 조광철과 김씨는 간다온데 없이 사라졌다. 후에 부대에는 두 병사의 운명에 대한 소문이 난무하게 펴졌고, 힘들고 배고파하는 병사들 사이에는 “우리 친구 돕기 할까?”라는 말과 함께 “한방 갈겨 줘?”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탈북자 최모씨는 이와 같은 얘기를 전하면서 과거 북한군 병사들은 군도피를 위해 도끼로 손가락을 자르고, 자기 스스로 발잔등에 총을 쐈지만 지금 병사들은 친구들끼리 결탁하여 교묘한 방법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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