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4.27재보궐선거 국면을 거치면서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선거 전부터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유럽을 방문하는 와중에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참패 후 당장 내년에 있을 총선이 불안해지자 친이계가 먼저 ‘박근혜 역할론’을 들고 나온 것은 박 전 대표에겐 반가운일 일 수 있다. 분위기가 만들어지니 어지간해서는 현안에 입을 다물던 그도 발언에 좀 더 적극성을 띠었다.

 

특히 5일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서 있었던 동행기자 간담회를 통해 몇 가지를 언급하면서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내년에는 중요한 선거들이 있고 하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당의 사활이 걸린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표명한 것이다. 본인 입장에서도 총선에서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 승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할의 방식은 여러 가지 추측들이 있지만, 당권과는 거리를 둔 상태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일선에 나서 국정운영에 상당 부분 관여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박 전 대표 스타일상 행동에 나서는 것보단 의견을 피력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총선 공천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더라도 대주주로서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발언은 “저를 가리켜 ‘답답하다. 고집이 세다’며 ‘원칙공주’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갈등이 안 풀리면 나라가 제대로 발전하겠는가. 상식적으로 갈등이 잘 조정되려면 정치권에서 원칙과 신뢰를 잘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원칙과 신뢰’라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를 다시 한 번 어필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세종시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 문제 등에서 나타난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와도 극명하게 대비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잦은 공약파기에 따른 정부불신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한 몫 한 것처럼, 박 전 대표의 ‘약속정치’는 현 상황에선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정부와 대립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는 분석도 이런 현실이 바탕에 깔린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신공항 백지화 문제가 터져 나왔을 때 박 전 대표는 단호하게 신공항은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말했다”며 “이 정권의 잘못된 정책은 바로잡아 가면서 움직이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른 한쪽에선 지난 2007년 대선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패인이 바로 이 ‘원칙과 신뢰’라는 고집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기에 사안별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원칙과 신뢰도 좋지만, 유도리있게 대처하는 것도 권력자가 갖춰야 할 리더십”이라며 “그러지 않고 꽉 막힌 정치를 한다면 당내 화합도 힘들고 주변에 사람이 모이기도 어렵다. 박 전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자세를 취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첫 분수령은 청와대에서 있을 유럽순방 보고 자리가 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이달 중순 이후 청와대를 찾아 이 대통령에 순방보고를 한다.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둘 간의 대화는 극히 제한된 내용만 공개되는 게 기본이지만,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비롯해 당 안팎의 현안, 당의 방향성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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