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간부들과 체제를 비난하는 여러 은어들과 함께 각종 풍자어들이 있다. 그 중 내가 탈북하기 전 2004년 당시 북한 사회에 만연하던 몇 가지 유행어들을 소개한다.

 

1993년 국가유일경제붕괴 이후 북한의 모든 생산기업체들에선 연쇄적으로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자재부족도 심한데 간부들의 갈취현상까지 겹쳐 그 피해가 더 심했다. 이를 야유하여 북한 사람들은 이렇게 풍자했다.


반장은 절반만 해 먹고


직장장은 직접 해 먹고


세포비서는 세심하게 해 먹고


지배인은 지시해서 해 먹고


당비서는 당당하게 해 먹으니


종업원들은 도둑질을 할 수밖에,


북한은 혼성부대가 많다. 중학교를 졸업한 16세부터 남자들은 10, 여자들은 7년 군사복무를 하기 때문에 여자 부대들이 많다. 그래서 북한 군 내에서는 각종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여군들은 군 지휘관들의 성노리개 대상이 되고 있어 군인들 속에서부터 시작되어 사회에 퍼진 말이다.


예쁜 여자 군인들을


소대장은 소심하게 해 먹고


중대장은 중간 중간 해 먹고


대대장은 대대적으로 해 먹고


사단장은 사치스럽게 해 먹고


군단장은 군법으로 해 먹고


총참모부, 총정치국 군 간부들은 총체적으로 해먹는다.


당의 구호도 북한 주민들의 야유대상이다. 북한에는 ‘고난의 천리를 가면 행복의 만리가 있다.’라는 당의 구호가 있다. 북한 주민들은 이에 대해서도 ‘고난의 천리를 가면 고난의 만리가 또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웃는다.


북한 노동당은 김정일의 사전엔 불가능이란 없다며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구호를 내놓았다. 그러나 북한 사람들은 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으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할 때 이 구호를 사용한다. 이를테면 군인들은 민간인 재산을 도둑질 할 때, 노동자들은 국가재산을 훔쳐 시장에 내다 팔 때 자기들의 그 결심과 행동을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고 한다.


당에서 부르도록 강요하는 노래들도 북한 주민들에겐 더는 체제선전이 되지 않고 있다. 북한 TV가 하루도 빠짐없이 내보내는 노래가 ‘수령을 따라 천만리, 당을 따라 천만리’이다. 당의 속도전정책을 관철하자며 일당 과제를 빨리 끝내도록 강요하면 노동자들은 뒤로 돌아 앉아 “수령을 따라 천만리, 당을 따라 또 천만리 가야 하는데 천천히 하면 되지.”라고 내뱉는다.


북한에는 ‘천리마의 기수’라는 노래가 있다. 한국 전쟁 이후 전후복구 건설을 호소하며 김일성이 내놓은 천리마 운동을 찬양한 노래이다. 여기서 천리마란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뜻이다. 이 천리마 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만수대 언덕 김일성 동상 뒤에 ‘천리마 동상’도 있다.


사회주의 건설 혁신과 기적을 자부하는 이 노래 3절은 ‘공산주의 언덕이 저기 보인다.’라는 후렴으로 끝난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이후 나온 노래가 ‘사회주의 지키세’이다. 북한 지식인들은 과거엔 ‘공산주의 언덕이 저기 보인다.’ 고 노래했는데 오늘날엔 사회주의 지키자고 노래하는 형편이라며 역사가 거꾸로 흐른다고 혀를 차고 있다.


김일성, 김정일을 비난하는 것도 있다. 김일성을 ‘항일의 영웅’이라고 선전하는데 대해 북한 주민들은 “악독한 일본놈들을 몰아내고 왜정 때보다 더 악독한 세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김정일을 ‘민족의 태양’이라고 한데 대해서는 간부들 스스로가 “태양이 맞죠,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멀어지면 얼어 죽고.”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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