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들은 평생을 벌어도 집 한 채 장만하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한 번 출장에 집 한 채 값을 쓰는 통 큰 정치인이 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주인공이다.

 

<뉴스파인더>가 입수한 '2009~2010년 국회의원 해외출장 내역'에 따르면 김 전 의장은 국회의장을 지낼 당시 해외 출장 시마다 적게는 2억에서 많게는 4억5천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쓰고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모두 국민 혈세에서 나가는 돈으로 적지 않은 비판이 예상된다.

 

김 전 의장은 2009년 3회, 2010년 2회 등 2년 동안 총 5회의 해외출장에 15억 5,683만원을 썼다. 1회 평균 3억1,137만원을 쓴 것이다.

 

내역별로 살펴보면 김 전 의장은 의회외교 사각지대 개척 등의 명목으로 2009년 1월16일~28일 13일간 여야 의원 5명과 함께 요르단 아랍에미레이트(UAE), 터키 등 3개국을 방문했다. 출장비는 여비 1억9,612만원과 업무추진비 7,396만원을 포함해 2억359만원을 지출했다.

 

5월9일~19일에는 부인을 비롯해 의원 5명과 함께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다녀오는데 2억6,057만원을 사용했다. 11월 14~24일에는 베트남, 중국, 홍콩 등 3개 나라를 돌며 2억7,008만원을 썼다.

 

2010년에는 출장비용도 크게 늘어난다.

 

1월12일~25일 14일 간 의원 4명과 함께 모로코, 튀니지, 그리스, 터키(경유)를 방문하는데 무려 3억8,047만원을 소비했다. 동행한 의원의 숫자는 줄었는데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국회의장으로서는 마지막 해외출장인 같은 해 5월4~17일에는 코스타리카, 브라질, 미국(경유)을 다녀오는데 사상 최고액인 4억4,212만원을 사용했다.

 

여기에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 국회 예비비에서 출장 때마다 수 천 달러를 쌈짓돈처럼 별도로 챙겨, 실제 출장에 사용된 비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과다한 출장비는 박희태 현 국회의장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박 의장은 해외방문 기간도 김 전 의장에 비해 짧고 비용도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박 의장은 작년 한 해 동안 2번 해외에 다녀오는데 모두 1억8,239만원을 써 1회 평균 9,119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 전 의장의 경우 한 때 국회의원들의 잦은 외유와 비용문제가 도마에 오르자 외유 시 비행기 좌석 등급을 낮출 것을 지시한 적이 있는데, 정작 본인은 매번 1등급 좌석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장 측은 "자세한 비용까지는 몰랐다"고 짧게 해명했다.

 

한편 국회의장 뿐 아니라 일반 의원들도 한 번에 수 천 만원에서 1억원 가까이 해외 출장비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방문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교류·협력 확대 방안 모색' '양국 협력강화 방문' 등을 목적으로 한 사실상 외유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출장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법안인 '국회외교활동 지원법안'은 외면당하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 여당 의원은 "모든 해외출장을 외유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파인더 김의중 기자 zerg@newsfinder.co.kr

뉴스파인더 문소영 기자 sysmoon2k@newsfinder.co.kr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