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쉽게 끝난 크림반도 러시아 합병 

 

[글로벌디펜스뉴스] 지난 3월 18일 크림반도 합병 조약서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가 마무리 되었다. 그간 서방과 러시아간의 군사적 충돌까지 예상을 하였으나 싱겁게도 러시아에 의한 합병이 별다른 제지 없이 손쉽게 마무리 되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자신들의 영토가 침략을 당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펴고 있었지만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병력동원령을 내려서 러시아에 대항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어이없게도 러시아를 지지하는 민간인 무장단체에게 군대가 점령당하는 일들이 발생했다.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말로는 러시아에 대하여 항쟁하자고 외쳤지만 자신들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안전한 국가에 이런저런 핑계로 체류하여 리더십을 상실한 상태였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1994년에 체결한 “우크라이나의 영토보전에 관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종이한장만 믿고 자신들의 문제를 미국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점에서 크림반도 러시아 합병이 쉽게 이루어 진 것이다.

 

결국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 사태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지도자의 무책임이 그 원인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토분쟁에 있어서는 국제사회의 결의와 권고안 보다는 힘이 지배하는 원리가 작동한다는 것을 또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가 되었다.

 

치열하게 싸우지도 않고 강대국의 도움으로 영토를 보존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국가의 댓가는 삼척동자도 쉽게 알만한 간단한 상황인데도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되는 순간에도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투쟁”이라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3월 18일 러시아계 무장세력이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군부대를 습격하여 점령하여 군인을 살상하고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자료: AFP, 2014.3.18.)

▲ 3월 18일 러시아계 무장세력이 크림반도 내 우크라이나 군부대를 습격하여 점령하여 군인을 살상하고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자료: AFP, 2014.3.18.)



크림반도 사태에 따라 초긴장 하는 일본 

 

당초 크림반도에 관한 관심은 최근 국제분쟁 중에서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관계로 인식하고 강대국의 파워게임으로 주변국들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또한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력과 러시아 주위의 양대 세력이 전면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기우로 끝나 세계대전과 같은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나 유혈충돌이 벌어지지 않았던 크림반도 사태는 오히려 한반도 주변국의 입장에서 보면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내용이 다분히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에 의해 국방을 해결하고자하는 국가에게는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에 1994년에 체결된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영토보전을 존중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의해 병합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를 규탄하면서도 오바마 행정부는 군사적인 조치를 거부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양해각서(1994)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러시아에 대하여 저항할 의지조차 잃어버렸다. 결국 미국과의 방위협약, 조약을 체결하고 주변국과 긴장관계를 가지고 있는 국가는 이번 크림반도 사태가 남의 일이 아닌 셈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은 “실질적인 힘이 지배하는 세상”을 지켜본 후 미국과 1952년 체결한 “미일 상호방위조약”이 제대로 이행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여 일본지도층이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맺은 양해각서는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군사개입을 거부한 상황에 충격을 받아 일본 지도층은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일본의 불안에 대하여 미일 상호방위조약이 미군의 일본 주둔과 일본이 공격당할 경우 미국의 대응을 규정하였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와는 다르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에 의한 센카쿠열도에 대한 영유권 분쟁과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 등으로 일본에 위기감을 불어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명시적인 약속이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크림반도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센카쿠열도 침공에 대한 충동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유럽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뀔 경우에 “미국에 의한 보호”에 의문이 일본 지도층에게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즈 5일자 기사에서는 일본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시에 “미국의 일본 보호”에 대하여 보다 구체적인 요구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 지도층에서는 크림반도 사태처리를 보면서 안보 불안감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것이다.



야당 지도자이면서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라고 칭송받았던 율리야 티모센코(Yuliya Tymoshenko) 전 총리는 자국 영토가 러시아에 합병되는 순간에도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독일의 병원 침상에 누워서 “러시아와 결사항쟁”을 외쳤다.(자료: AP, 2014.3.8)

▲ 야당 지도자이면서 '우크라이나의 잔다르크'라고 칭송받았던 율리야 티모센코(Yuliya Tymoshenko) 전 총리는 자국 영토가 러시아에 합병되는 순간에도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독일의 병원 침상에 누워서 “러시아와 결사항쟁”을 외쳤다.(자료: AP, 2014.3.8)



중국의 도발에 무기력 해 질 수 있는 미국 

 

크림반도 사태에 따라 충격을 먹은 일본 지도층과 달리 한국은 비교적 여유롭게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크림반도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외교 쪽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다. 오히려 북괴의 미사일발사, NLL포격, 무인비행기 출현에 따라 현안문제 해결이 더 급한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괴와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북괴와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그것은 우선 미국의 외교정책이 중국을 전적으로 통제하고 제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미국 국민은 국내 경제회복을 위해 정부가 더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2%가 국제 문제에 있어서 미국은 자국의 일에나 신경을 쓰고 타국의 일은 타국이 스스로 처리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비용지불을 최소화하려는 미봉책의 연속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결정판은 바로 작년 11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한 대응이 결정판이다. 당초에는 중국이 확장한 방공식별구역에 반발하여 정찰기를 띄우며 강하게 대응하는 듯 하더니 결국에는 미국적 민항기에 대해서 중국 당국에 비행경로를 사전 통보하도록 지시했다. 이것은 중국과 센카쿠열도 문제로 대립하고 있던 일본의 아베 정부는 미국이 일본을 위해 보호하는데 있어서 기꺼이 나설 수 있을 것인가에 의문을 갖게 된 결정적 이유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결국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예산적자를 줄이면서도 중산층을 재건해야 할 절실하고 긴박한 과제에 직면하여 외교적으로 강하고 일관된 노선을 견지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전반적인 관측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정책이 크림반도 사태를 계기로 유럽 중시정책으로 선회한다면 중국의 제한적인 무력행사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센카쿠열도는 일본이 중국과의 일전을 각오하고 있는 상황으로 잠재적 군사충돌 지역으로서 중국의 행동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북한지역에 중국이 진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미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것인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4월 5일 일본을 방문 중인 척 헤이글(Hagel) 미국 국방장관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이 도쿄도 총리공관에서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일본은 크림반도 사태의 충격으로 미국의 일본보호를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자료: Reuters, 2014.4.5.)

▲ 4월 5일 일본을 방문 중인 척 헤이글(Hagel) 미국 국방장관과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일본 방위상이 도쿄도 총리공관에서 악수하며 대화하고 있다. 일본은 크림반도 사태의 충격으로 미국의 일본보호를 더욱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자료: Reuters, 2014.4.5.)



중국이 장산곶에 주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작년 10월 홍콩에서 발행되는 친중국 매체인 명보(明報)에는 “북괴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한국에 통일충동을 일으켜 한국군의 북진을 야기시켜 내전으로 확전될 수 있기에, 영변 핵시설을 점령하고 장산곶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미국의 RAND연구소가 “수립한 북한 붕괴 대비방안”과 거의 일치하는 내용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중국이 장산곶에 대한 욕심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북괴의 정권불안시에 중국의 자국민 보호라는 핑계로 중국접경 북한 지역에 50㎞까지 진입하다는 시나리오는 미국 RAND연구소도 예측한 상황이다. 다음으로 핵을 통제하기 위하여 미국의 동의를 받은 중국은 신속하게 영변 핵시설을 점령하는 것도 예측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중국이 핵을 제거한다고 핵시설을 점령하지만 핵물질을 순순히 미국, 한국 혹은 국제사회에 돌려줄 것인가는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까지는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지만 만약 중국이 장산곶 같은 곳에 진출할 경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장산곶은 중국 화북지방 항구의 통로여서 중국의 생존과도 결부되는 전략적인 요충지이다. NLL(북방한계선)에 마주하고 있는 곳이면서 북괴의 해안포가 집중배치 되어 있는 곳이 바로 장산곶이다. 서해지역을 출입하는 해군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장산곶이다. 실제 우리나라 최북방 백령도와 북한의 장산곶까지의 거리가 불과 17㎞에 불과하여 북괴가 해안포를 비롯해 방사포와 실크웜 지대함 미사일 등 각종 화포들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요충지를 중국이 크림반도 문제와 같이 합병하는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번에 취한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에 대하여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가 검토되기도 전에 속전속결로 이루어진 병합은 너무나 쉽게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강대국간 힘의 대결보다는 대화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크림반도 병합 이외에 확전의 의지가 없는 것이 서방의 개입을 주저하게 된 것도 이유이기도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전혀 군사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개입할 빌미조차 제공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이다.

 


백령도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장산곶. 북괴의 해안포가 집중 배치되어 있는 장산곶은 불과 17㎞ 떨어져 있고 여기에 중국이 진출한다면 한국 해군의 서해출입은 발목이 잡히게 된다.

▲ 백령도에서 한눈에 들어오는 장산곶. 북괴의 해안포가 집중 배치되어 있는 장산곶은 불과 17㎞ 떨어져 있고 여기에 중국이 진출한다면 한국 해군의 서해출입은 발목이 잡히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교역국인 중국이 북괴 정권붕괴시 혼란방지라는 핑계로 장산곶에 신속하게 진주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그리고 북괴군부가 중국과 교전을 하지 않고 순순히 장산곶을 넘겨준다면 국제사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슈퍼파워로 등장하고 있는 중국이 동북아의 골치덩어리 북한을 통제한다는 핑계로 핵시설과 통제와 함께 북한 일부지역에 주둔하고 오히려 북한이 환영해버린다면 한국과 미국은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일본 지도부의 우려보다도 우리나라 지도부는 우방국 미국과 경제적으로 중요한 중국을 화나게 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안위를 걱정하기 해야 할 때이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 때에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문제를 자신들이 해결하지 않고 미국을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 결국 자위권을 발동하지 않고 러시아와 싸울 의지조차 없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도와줄 국가는 아무도 없었다. 서양 속담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한다. 자신의 영토에 대한 분쟁에 대하여 무기력한 우크라이나를 도와줄 나라는 결코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사태에 대하여 정치적인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매번 북괴로 부터 해안포포격을 당하고 함정이 격침당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군사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국에 대하여 우크라이나와 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미국과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지하여 감상론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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