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북한은 8일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체포돼 끌려나가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전격 공개했을까? 이는 북한 주민과 고위직 관료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연출일 것이다. 조선닷컴은 “조선중앙TV는 9일 오후 3시18분쯤 뉴스시간에 당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보도하면서 장성택이 군복을 입은 인민보안원 2명에게 끌려나가는 사진을 화면으로 방송됐다”며 “북한이 고위 인사를 숙청하면서 체포 현장 장면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이날 오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통해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이 직접 참석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일체 칭호를 박탈하며 노동당에서 출당, 제명시키는 내용의 당중앙위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는 보도를 했다고 조선닷컴은 전했다



“북한이 9일 언론매체를 통해 발표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방식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代)를 통틀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정부의 공식 판단이 나왔다”며 조선닷컴은 9일 통일부 당국자의 “이번처럼 북한이 개인의 죄목(罪目)을 낱낱이 열거한 사례는 처음이다. 김일성 부터 김정일 시대를 통틀어서도 처음인 것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반응을 전했다. 조선닷컴은 “9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을 통해 장성택의 부적절한 여성 관계와 도박, 마약과 같은 범죄 혐의와 경제발전을 저해했다는 죄목까지 자세하게 공개했다”며 “이는 김정일 시대에는 없었던 ‘숙청 공개 방식’으로 김정은 시대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는 게 이 통일부 당국자의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보다 더욱더 잔혹은 숙청장면을 김정은이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자유북한방송은 9일 평양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하여 “장성택이 이미 이달 5일 평양 룡성구역에서 처형당했다. 다만 그는 공개 처형이 아니라 극소수만 참석한 가운데 처형됐다”고 보도했다면서, 통일부 당국자의 “리영호의 경우는 신변상의 이유로 직위에서 해임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이번 경우는 4페이지에 걸쳐 개인적인 비리를 낱낱이 열거했고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는 분석도 전했다. 즉 리영호의 경우에는 북한의 매체들이 ‘신병관계로 해임했다’고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해임 배경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던 반면에, 장성택은 칭호 박탈과 출당·제명이라는 강력하고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고, 이는 장성택 숙청이 리영호 숙청 보다 더 심각한 사안으로 다뤄졌다는 사실을 추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고모부도 공개적으로 체포되어서 숙청되는데, 감히 누가 김정은에게 도전을 꿈꾸겠는가?

“북한 기록영화에서 장성택의 모습이 삭제된 채 상영되는 등 ‘흔적 지우기’가 시작돼 장성택의 공식 석상 등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중앙TV는 7일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를 재방송하며 종전에 나왔던 장성택의 모습을 모두 없앴다”고 전한 동아닷컴은 9일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사태에도 불구하고 외부 인사를 김정일 사망 2주기 추도식(17일)에 초청하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과거 행사 때 참석했던 인사를 배제할 경우 장성택 사건으로 정권이 위축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아닷컴은 한 대북 소식통의 “장성택 실각에도 ‘동요 없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해 예년보다 행사를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뉴스1은 “북한이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해임을 공식 확인한 것에 대해 대다수의 일본 언론들은 사실상 김정은 국방위 제 1위원장이 이번 일을 직접 지휘했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향후 북한 지도부의 동요가 표면화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공영 NHK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확인한 장성택 해임 사실을 일제히 긴급 뉴스로 보도하면서 ‘북한 지도부 내부에서 생긴 갈등과 권력 투쟁의 결과로 실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도 이번 장석택 숙청을 계기로 김정은이 향후 독재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뉴스1은 “앞으로 북한의 대외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한국 전문가의 말을 아사히신문이 인용했다고도 전했다. 사실 장성택의 숙청은 김정은의 불안정한 권력장악을 반증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장성택의 공개 체포 장면을 보여주는 것은 김정은의 협박공갈용으로 분석된다. “누구든지 작은 잘못을 저질러도 체포되어 반당 잔혁명 종파분자로 몰려서 처형될 수 있다”는 공개협박을 김정은이 연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고모부까지도 자본주의에 물들어서 부정부패를 저질렀다고 공개적으로 체포해서 숙청한다”는 모습을 만천하에 알림으로써, 모든 북한의 주민들이 김정은에게 벌벌 떨게 만드는 야비한 권력장악 꼼수를 지금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공포정치는 저항세력을 없애는 데에는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김정인 집단은 주민들의 마음 속에 살인독재자로 새겨지면서 자멸을 더욱더 촉진시킬 것이다. 불안정한 김정은은 내치와 외교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허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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