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주, ‘김씨왕조의 신화’를 깨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아들이여서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아들이라는 것 외에 다른 그 무엇도 없으면서 27살에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되었다.

이러한 김씨왕조의 승계를 북한당국은 ‘주체철학’의 속편인 ‘후계자론’으로 정당화 하면서 그 이론적 기초가 되고 있는 ‘수령의 위대성’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왔다.

이를테면 김일성의 어린 시절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어 일제군경을 쓸어 눕힌’ 군대놀이와 닿아있고 김정일 역시 미소년 시절부터 ‘최고사령부에서 조국해방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일제’와 ‘미제’는 김일성 김정일의 ‘신화’를 위한 단골대명사이고 8.15(광복절)와 7.27(종전일)등 민족사의 중요한 분기점들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조작되고 변조되어왔다.

더하여 ‘후계자’를 위해 쟁점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에 대한 강조도 잊은바 없는 북한이다.


김일성의 어머니 강반석과 김정일의 생모 김정숙은 북한의 초, 중, 고 교과서와 대학 교재들에 ‘혁명의 어머니’로 부각되어 있으며 세기를 넘어 ‘자애롭고 인자한’모습으로 인민들을 ‘굽어 살피고’ 있다.

문제는 김정은이다. 죽은지가 오래되어 위, 변조가 가능한 강반석(김일성의母)과 김정숙(김정일의 생모)에 비해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는 과거가 아닌 현재형인데다 북한의 기본계층과 거리가 먼 재일교포 출신이다.

부인이라는 이설주는 더 큰 문젯거리다. 무슨 재주로 독재국가의 왕비가 되어 김정은과 나란히 섰는지는 몰라도 북한의 현재를 살고 있으며 더욱이 연예인이었던 관계로 북한주민 모두에게 ‘위대한바 없고, 위대할 수 없는 인간’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위대한’ 김일성을 창조하기 위해 ‘위대한 어머니와 위대한 아내’를 창조해 냈듯이, ‘위대한’ 김정일을 구사하기 위해 본처와 내연녀의 정체를 감추었다가 필요에 따른 ‘사모님’을 창조해 냈던 북한이 이번에는 커다란 ‘실수’를 자처한 것이다.

선대들의 계략에 못 미친 것인지, 그가 아니라면 특유의 어린 마음을 움직여낸 배후 조종자의 ‘권고’에 속은 것인지 김정은은 불쑥, 그리고 어리석게도 이설주라는 예쁜이를 백성들에게 선보이고 말았다.

그렇게 아내를 대동하고 미키마우스가 나오는 공연을 관람했던 김정은이 위대성과 인민성 중에서 “나는 인민성을 선택한 지도자”라고 자부할지도 모른다. 나는 선대들처럼 베일에 가려진 위대성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호언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순간 자의든 타의든 북한체제를 지탱하고 있던 이른바 ‘지도자의 위대성’은 부서져 나갔고 인민들은, 현재는 물론 과거까지를 거슬러 지도자의 위대성을 총 점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저들은 잊고 있었다.

그렇게 터진 것이 이름 하여 이설주의 ‘포르노 동영상 사건’임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새로운 이설주 관련 사건이 터지고 또 터질 것이라는 것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의 북한이 펄펄 뛰는 이유이고 김정은의 북한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증거임을 알고 대비할 때임을 강조하고 싶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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