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파인더 김승근 편집장] 드디어 다시 남북회담이다. 3개월이 지나며 생산활동이 완전히 정지된 개성공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개성에 있는 각종 공단 기자재를 관리하거나, 혹은 가져올 생각을 하고 있다.

 

재밌는 건 예전과 달라진 양측의 태도다. 정부는 회담 장소를 북측이 제의한 개성이 아닌 판문점으로 수정 제안했다. 물론 북측도 재차 개성으로 제안하는 등 반발하긴 했지만 불과 3시간 30분 만에 물러나 결국 이에 동의했다.

 

우리는 “북측이 수용하지 않아 회담을 열지 못하더라도 개성공단 내 회담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고, 북한이 결국 이를 수용한 것이다.

 

사실 일방적으로 공단을 중단시킨 북측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슬그머니 공단을 재개하려는 게 참 우습다. 우리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심산이었지만 오히려 그 화살은 자신들에게로 돌아갔다.

 

지난 회담도 북측 마음대로 무산 시키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북한이 우리 측 주장에 강하게 나서지 못하고 꼬리를 내리는 것만 봐도 북측이 개성공단 재개를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어찌됐든 우린 북한이 어떤 집단인지 이미 똑똑히 봤다. 남측 인원의 공단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북측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키며 공단을 볼모로 삼았었다.

 

그렇게 본다면 우리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인 협상으론 불가능하다고 보며, 북한이 몇 발 물러난 약속쯤은 있어야 공단 재개가 가능할 것이다.

 

북측이 우리 측 요구에 적절히 응하지 않는다면 아마 협상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힘들 것이다.

 

지난 3개월간 정부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살피고, 보상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심력을 쏟았던가. 만약 우리가 이들을 설득 못하고 국민들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면 절대 북한은 쉽게 우리들의 회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더 뻣뻣했을 것이며 더 많은 신경전이 있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북한의 일방적인 처사로 우리는 막대한 비용손실을 봤다. 많은 거래처를 잃었고, 생산설비도 못쓰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는 개성공단 주민들에게 식수를 제공했고, 정수장 가동을 위한 전력까지 보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인 개성공단 재가동은 안된다. 이에 대해선 전적으로 반대한다. 재가동을 위해서는 북한이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을 모두 이루겠다는 병진노선을 택하고 있는데, 이 둘은 동시에 이뤄낼 수 없는 상충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북한이 군사강국을 꿈꾸며 핵 개발을 꿈꿀수록 경제 부흥은 멀어질 것이다.

 

그래도 모자란 판에 자신들의 자존심과 정치논리를 위해 개성공단까지 마음대로 폐쇄시켰으니 그들이 말하는 병진노선의 꿈은 요원하기만 하다. 어느 누가 그런 무뢰배 북한에게 투자를 하려고 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이번 개성공단 문제를 잘 풀어야만 향후 세계 각국의 투자를 유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북한으로서도 다급할 것이다.

 

최근 북한은 국제사회의 압박과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중국에게서 푸대접을 받고 돌아오자, 이번엔 러시아를 상대로 삼았다. 5시간 마라톤협상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핵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했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러시아가 사실상 중단 상태에 있는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 사업 등 남북러 3각 협력 프로젝트 등을 위해서는 한반도 상황이 안정돼야 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북한이 더 급해지는 이유다. 북이 믿었던 러시아 마저 일단 한국과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야 최소한의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행히 정부는 회담을 못하더라도 장소와 의제, 일정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뚝심에 박수를 보낸다.

 

청와대는 “북한이 대화에 응한 것은 순리이며 회담을 통해 합리적이고 원만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도록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북한이 대단한 시혜나 혜택을 주는 것처럼 우리 정부가 끌려 다니는 것은 남북문제를 평화롭게 끌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절대로 될 수 없다”면서 “당국자간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틀부터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말 한번 잘 했다. 북한이 절대적으로 잘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물러설 이유는 절대 없다. 개성공단 가동을 위해선 북한측의 강력하고도 구체적인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북한의 구두로만 하는 약속이 아닌 실질적인 보상과 희생이 따라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입은 우리측의 피해는 막대하다. 공단 입주자들이 입었을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과 북한과의 협상과는 별개다. 결코 우리측 피해 때문에 북한에게 머리 숙이는 과거와 같은 일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특히 우리보다 북한이 훨씬 더 안 좋은 상황임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진짜 목이 마른 이는 북한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유화정책과 강경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버리는 북한. 이제 이런 말도 안되는 역사를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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