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고 대견하다. 통합민주당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 그렇다. 북한인권법 말만 나오면 자지러지고, 북한의 천안함 폭침 규탄결의안 조차 반대한 민주당이 탈북자 송환 중단 결의안을 낸 것은 우리 헌정사에 기록될만한 ‘대형사건‘이다.

민주당의 강제 송환 반대 결의안을 제출했으면서도 북한인권법에 반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해괴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민주당의 주장은 “북한 인권은 체제 내부 문제인 반면 탈북자는 북한 체제 밖의 난민문제”라는 것이다. 탈북자는 ‘동포’지만 북한 주민은 아예 ‘이민족’ 취급이다. 북한 정권 탄압에 못 이겨 탈출한 탈북자의 인권은 보살펴야 하지만, 탈북조차 못한 채 북한 땅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의 인권은 관심 밖이다.
 
북한 앞에만 서면 '쪼는' 민주당이 갑자기 탈북자 인권에 숟가락을 얹은 의도가 궁금하다. 조선일보 분석처럼 4월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을 잡기 위해 탈북자 문제에 이런 식으로 관심을 표시한 걸까? 4월 국회의원 선거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민주당으로서는 일응 그럴 만도 하다. 개그우먼 이성미씨가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탈북자 강제송환 중지 촉구시위를 벌이고, 영화배우 차인표씨가 가세하고, 심지어 트위터꾼 소설가 이외수씨까지 동참하는 등 탈북자 문제가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자 거들고 나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왼손으로는 종북주의 진보통합당과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이면서 오른손으로는 탈북자 인권을 어루만지는 얼굴이 무지갯빛이다.

’이밥에 고깃국‘ 먹으면 누가 탈북하나?

‘탈북‘은 북한 인권상황과 직결되어 있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처럼 배불리 먹고, 자유를 누린다면 죽음을 무릅쓰고 국경을 넘을 이유란 없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약속한 ’이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데 누가 탈북 하겠는가? 북한에서 인권만 존중된다면 민주당이 북한인권법 때문에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고민할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남한에도 망명자가 속출하는 시절이 있었다.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군사독재 시대다. 한세대 훨씬 이전의 일이다. 민주화가 뿌리내린 이후의 ‘망명’이라면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연평해전 전사자들에 대한 냉대에 분노한 고 한상국 중사의 부인 김종선 씨가 2005년 4월 "나라를 위해 간 분을 홀대하는 것은 (나라가) 썩은 거 아닙니까"라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훌쩍 떠난 것 정도다. 또 국정원 재직 중 김대중 정권의 노벨상 수상 공작과 그 일환으로 추진된 남북정상회담 비밀을 폭로한 김기삼 씨의 미국 망명을 기억할 수 있다. 굶어 죽거나 공개처형될 것이 두려워 국경을 넘는 북한 주민들의 탈북과는 다르다.

 
민주당이 탈북자 강제 송환 반대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모진 탄압과 죽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동지’처럼 여기는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탄압과 학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망설일 이유가 없다. 강제 송환 반대 결의안을 제출한 정신으로 북한인권법을 찬성해야 한다. 민주당의 북한인권법 반대와 탈북자 강제송환 중단 결의안 간에는 심각한 이율배반과 정신적 ’착란‘(錯亂)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가?

민주당은 북한인권법을 반대하는 이유를 “북한 내부 인권을 비판할수록 북한주민의 상황이 더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해왔다. ‘종북주의자’라는 비난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이를 자랑스러운 양 해온 민주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북한은 기본적 인권이 문제다. 식량과 의약품이 없기 때문에 북한의 기본적 인권 향상을 위해 민주정부 10년 동안 많은 식량과 비료·의약품을 공급해 도왔다"고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3억 5000만 달러도 모자라 10조원에 달하는 쌀과 달러, 비료를 퍼줬는데도 탈북자가 줄을 잇는 상황에 대한 반성은 아예 없다. 그에게 북한인권법은 “퍼주기”와 동의어다.
 
민주당, 북한 주민들의 추궁 두려워해야

민주당이 북한인권법을 반대했다고 북한 정권이 고마워했을 것이다. 북한이 남한에 진보좌파정권이 들어서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것도 이런 맥락일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탈북자 강제 송환 결의안 제출이라는 옳은 길을 선택했지만 북한 정권으로부터 노여움을 살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민주당 결의안은 북한 주민들에 의해 “국경을 넘어라. 그러면 강제송환되지 않도록 돕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김정은은 “탈북자 가족은 3대를 멸하라”고 지시한 마당이다. 북한인권법을 반대한 민주당을 더 괘씸하게 볼 수도 있다.

민주당의 탈북자 강제 송환 중단 결의안은 만각(晩覺)이지만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치 않다. 당장 북한인권법에 찬성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인권법은 18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될 신세다. 민주당은 머지않아 남북통일이 되면 자유의 몸이 될 북한 주민들의 무서운 추궁을 두려워해야 한다. “민주당 당신들에게는 탈북자만 동포고 탈북도 하지 못한 북한주민들은 ‘오랑캐’였느냐”는 비난에 답해야한다. “북한에 쫄지마! 민주당”
오윤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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