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여 왔던 姜慶植 전 경제부총리가 '국가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제목의 회고록을 작년에 냈다(김영사, 2만5000원). 그가 경제 관료로서 함께 하였던 한국 경제 발전의 모습들이 담겨져 있다.
 
체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므로 재미있게 읽힌다. 그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으로 李, 朴, 全 대통령을 꼽았다.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대통령으로 누구를 꼽을 것인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나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을 꼽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직자가 재임 기간 동안 이룬 업적에 대해서는 평가가 매우 인색하다 잘한 점에 대해서는 인색한 반면 잘못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로 오랫동안 기억하고 매도한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더라도 평가할 업적은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을 첫째로 꼽는 이유는 해방 후의 혼란 속에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라는 현실적 방안을 추진한 사실에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헌법을 제정했다. 私有재산제도는 경제발전을 이루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農地개혁을 비롯해 한국전쟁 중에도 대학생 징집 연기로 경제 발전을 이끌 人材를 양성한 것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도 韓美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冷戰체제에서 미국 방위력에 의한 국가 안전을 확실하게 했고 미국 시장에 아무런 장애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朴正熙 대통령이 오늘의 한국 경제를 있게 한 일등 공로자임은 긴 말이 필요 없다. 가장 중요한 기여 하나만 들라면 1960년대 중반, 수입代替 전략에서 수출主導 전략으로의 전환을 꼽는다. 1967년 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가입해 무역立國을 지향했다. 특히 획기적인 수출지원 정책을 마련했고 매월 수출진흥확대회의를 열어 직접 독려하고 애로를 타개하는 등 기동성 있는 지원을 했다.>
 
<全斗煥 대통령은 오늘의 눈부신 한국 경제를 만들었음에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안정, 자율, 개방을 내걸고, 그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경제정책을 펴나갔다. 강력한 물가안정 추진으로 30년의 인플레이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수출주도 개발전략을 추진해 세계시장으로 나가는 길을 열었다면 전두환 대통령은 수입자유화를 추진해 국내시장 개방정책을 추진했다. 1980년대 후반에 3%의 물가안정, 10%가 넘는 고성장, 100억 달러가 넘는 국제수지 흑자를 동시에 실현하는 이른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성과를 올렸다. 全 대통령이 기여한 것 중에서 한 가지만 들라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경제운용 방식을 전환한 것과 공정거래제도 도입 등 시장경제체제를 확고히 구축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는 한국 경제가 민주화를 둘러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세 대통령이 만든 시장경제의 기반 덕분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특히 全斗煥 대통령이 공적을 강조하였다.
 
<좌파 정권 10년이라고 말한다. 경제 제일주의에서 정치 우선으로 바뀐 것을 감안하면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 시작해 20년의 세월이 된다. 경제 제일주의와는 거리가 먼 인기 위주, 좌파 성향의 정권이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되었지만 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지속했다. 왜 그럴 수 있었는가? 학자들과 이 분야 전문가들이 밝힐 일이지만 나는 개방화와 시장경제 체제, 두 가지가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경제는 1960년 중반에 수출주도 발전전략을 채택한 이후 수출정책을 소홀히 한 일이 없다. 이에 더해 안정화 시책 때 國內시장 개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우리 경제는 개방 경제가 되었다. 개방화로 기업들은 국내 要因 못지않게 세계경제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업 활동에 대한 국내 정치의 영향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해외에 본사를 세우고 사업을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자율화다. 자율화는 기업 自治이기 때문에 정부의 간여가 줄어든다. 정부에서 기업에 관여하고 싶어도 시장경제에서는 스스로 한계가 있다. 이렇게 개방화와 자율화는 정부의 기업 경영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킨다. 그 결과 좌파 성향 정책을 쏟아내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기반을 구축한 일등 공신을 들라면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전두환 대통령은 정치안정에도 한몫을 한 것은 사실이다. 정치 분야에 대해서는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한 마디만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는 장기 집권 문제였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언제나 가능할지 확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全 대통령은 단임을 지킬 것이라고 되풀이 공언했지만 대부분은 반신반의였다. 全 대통령 퇴임 후 장기 집권이란 말은 완전히 사라졌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당연한 일로 정착됨에 따라 정치가 안정된 것이다. 정치 안정으로 경제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全 대통령의 功(공)과 過(과) 중에서 과에 대해 못마땅하더라도 공은 공으로 제대로 평가해야 마땅하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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