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승세를 굳히고 있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 지사는 자신의 기업인 경력이 대통령직에 가장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주장이 맞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 최근세사의 대통령들의 업적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인 출신 인물이 대통령직을 성공으로 이끈 증거는 거의 없다.

1월 30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 정치분석가 월터 젤먼의 연구를 인용, 롬니의 대통령직 수행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롬니, 대통령에 적합할까?”(Romney, an executive in chief?) 제하의 이 기사에 따르면 1901년 이후 미국 대통령을 역임한 21명 중 16명은 기업 경영 경험이 없는 공직자 출신이었고 대통령으로서의 이들의 업적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디어도어 루즈벨트, 우드로 윌슨, 해리 트루먼, 로널드 레이건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랜 공직생활을 했다는 점이다. 특히 프랭클린 루즈벨트, 린든 존슨,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빌 클린턴은 오로지 공직자로만 일생을 보낸 인물이다.
 
C-Span 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공직 경험과 대통령직 성공률의 관계를 조사했다. 이 결과 일정 기간 공직을 맡은 대통령과 오로지 공직에만 재직한 대통령들의 업적은 큰 차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일생을 공직자로 일관한 대통령들의 업적은 매우 우수하거나 평균 이상인 반면 공직 경험이 짦은 대통령들의 성공률은 평균 이하이거나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즈벨트, 윌슨,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처럼 공직으로 일관한 대통령들은 대체로 성공한 지도자로 기록되었다. 이에 비해 공직 경험이 없이 기업경영만 한 5명의 대통령들은 업적이 저조했거나 최악이었다. 21명의 대통령들의 업적만을 평가하여 공직경험과 기업경험이 대통령직 수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미흡하다. 그러나 이 조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즉 공직경험은 대통령직 수행에 필수적인 요소인 반면 기업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대통령직은 기업의 CEO에게 요구되는 자질 이상의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이 조사에서 밝혀졌다. CEO는 성장과 이윤 목표를 정하고 그 방향으로 매진하면 된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가의 진로를 정하고 수많은 요인들을 종합 판단하여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거의 초인적인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기업의 회장에게는 선거구가 없고 따라서 유권자의 눈치를 볼 일도 없다. 따라서 경영상 필요한 지시만 하면 된다. 회장의 지시는 지상명령과 같아 누구도 반대하지 못한다. 이에 비해 대통령은 국정 수행과정에서 수많은 반대에 직면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설득하고 협상하고 타협해야 하며 그런 능력은 오랜 공직경력에서 함양된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 속에서 울고 웃는 모진 풍상을 거쳐 리더십을 키운다.     

롬니는 지난 30년간의 인생에서 주지사 생활 4년을 제외하고는 금융회사 CEO로 일관했다. 정치 분석가들이 그의 대통령직 수행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는 공직 경험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롬니의 이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후보로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와 비교된다. 안철수의 주요 경력은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전부이다. 그는 안철수연구소를 설립하여 컴퓨터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백신 개발에 다년간 주력했을 뿐 국민과 소통하고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공직경험은 전무하다.

트루먼은 후임 아이젠하워에게 공직과 대통령직의 상관관계를 암시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가 백악관에 들어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고 명령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을 것이다. 대통령 자리는 군대와 다르다. 아마 그는 좌절할 것이다”. 아이젠하워는 군인으로서 국가에 봉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출직 공직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트루먼은 그를 혹평했다.

미국 언론의 이런 보도는 안철수에게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그는 정치입문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고민이 혹시 공직 경험이 없는 자신의 이력에 대한 자기성찰에서 나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여론조사의 높은 지지율에 현혹되어 대통령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결과는 불행으로 귀결될 위험이 많다. 그의 고민이 부디 현명한 결론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조홍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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