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암적 존재, 귀족노조

경제민주화의 최대 걸림돌은 ‘재벌’이 아니라 대기업과 공기업의 귀족노조이다.

 

유기체는 세포의 복제와 사멸로 생명을 이어간다. 인간에겐 30억 개의 염기쌍이 있는데, 한 세포가 한 번 복제할 때 평균 12개의 오류가 발생한다. 0.000000004, 10억분의 4라는 매우 낮은 확률이다. 그러나 인간의 세포는 약 100조 개이므로 전체적으로 세포가 한 번씩 복제할 때마다 무려 1200조 개의 오류가 발생한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 돌연변이(mutation)인데, 그중 일부가 암으로 발전한다. 나이가 들수록 암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바로 세포 복제의 오류가 나이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소아암이 발생하는 것도 같은 논리다. 뼈와 같이 성장과 관련된 부위의 세포복제는 나이가 어릴수록 활발하기 때문이다.

 

암은 세포의 복제와 사멸에서 사멸(死滅) 기능이 없어진 철두철미 이기적 유전자다. 모든 세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죽고 새 세포로 교체되어야 하는데, 암은 그렇지가 않다. 더군다나 암은 ‘남’이 아닌 ‘우리’로 인식되기 때문에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는다. 결국 암은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형제자매도 죽이고 주인도 죽이고 마침내 자신도 죽는다.

 

한국의 귀족노조가 바로 이런 암적 존재다.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귀족노조는 나머지 90% 노동자의 영양분을 빼앗아갈 뿐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업, 나아가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노동자라는 약자의 지위를 내세우고 다른 90%의 노동자도 그렇게 인식하기 때문에 그들의 철면피한 이기주의가 마치 기업과 국가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거룩한 이타주의로 통한다. 특히 귀족노조의 지도자들이 그러하다.

 

그들은 노동자로부터 조합비를 받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활동이 제한된 시절에 회사로부터 받았던 월급도 고스란히 받는다. 사회정치적으로도 거대한 압력단체로서 집단이기주의를 사회정의로 우겨댄다. 회사를 떠나서도 전직 노조지도자(union leaders)는 시민단체나 정치계로 진출하여 승승장구한다. 그들에게 악의 세력은 회사의 소유주나 경영자, 정부의 지도자, 또는 그들의 비리를 감히 폭로하는 의인들이다.

 

1997년 외환위기도 가장 큰 원인은 노조의 경직성(rigidity)이었다. 김영삼 정부는 뒤늦게 노조의 유연화(flexibility)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이미 그들을 ‘내 편’으로 받아들인 전력이 있어서 그것은 곧바로 ‘배신’으로 여겨져서 죽기 살기 저항을 받았다. 김대중은 얼씨구나 재빨리 노조의 편에 섰다.

 

권력이 눈앞에서 어른거렸던 것이다. 외환위기를 맞아 대부분의 금융과 여러 부실기업에서 정리해고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불똥을 맞아 멀쩡하던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대대적인 정리해고가 발생했다.

 

이때는 노조도 거의 저항하지 못했다. 기업만이 아니라 국가마저 부도의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위기 속에서도 귀족노조는 건재했다. 오히려 더 강화되었다. 절대 권력자 김대중과 암적 존재 귀족노조가 손을 깍지 끼고 볼을 부비며 모든 책임을 사악한 재벌총수와 나라 말아 먹은 김영삼에게 돌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노조전임의 기득권은 그대로 보장되었다.

 

 

외환위기 덕분에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 경제는 엄청난 이익이 발생했지만, 그 이익은 대부분 귀족노조와 주식 소유자에게 돌아갔다. OECD에서 1위 포르투갈 다음으로 해고가 어려워짐에 따라, 비정규직이 대대적으로 늘어났다. 중소기업의 단가 후려치기는 더 심해졌다. 귀족노조의 연봉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두 배 세 배인 나라와 비슷했지만, 나머지는 거의 그대로였거나 더 떨어졌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따르면, 한국의 국제경쟁력은 2009년 19위에서 2010년 22위로, 2011년 24위로 계속 떨어졌다. 경제 이미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이명박 정부도 정부의 비효율성(inefficient governmental bureaucracy), 정책의 무원칙(policy instability)에서 그리고 노조 보호(restrictive labor regulations)에서 여전히 거꾸로 1등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사건건 노조와 시민단체와 야당이 'MB OUT!'을 외치면, 부들부들 떤다. 뭐라고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5분 단위로 일정이 짜인 재벌총수들을 예고도 없이 전 세계로부터 득달같이 만찬에 초대하여 밥맛이 뚝 떨어지게 호통을 친다. ‘갑’의 위치에서 ‘을’인 양 위장하고 단전 호흡하듯 숨을 죽인 ‘을’을 ‘갑’이라며 어린애 나무라듯 나무란다.

 

2011년 국제경쟁력 지수에서 세계경제포럼은 항목을 크게 12개로 나눴다. 142개국에서 한국이 100위를 벗어나는 세부항목이 제일 많은 게 노동시장 효율성이다.

 

노사협조(cooperation in labor-employer relations)는 140위, 불요불급한 임금 지급(redundancy costs)은 118위, 고용과 해고 관행(hiring and firing)은 115위, 고용의 경직성(rigidity of employment)은 94위다.

 

제도(institution) 항목에서는 정부와 정치가 집중 성토되고 있다. 정책의 투명성 (transparency of government policy making)은 128위, 정부 규제(burden of government regulation)는 117위, 정치 신뢰도(public trust of politicians)는 111위, 재정의 방만함(wastefulness of government spending)은 95위다.

 

반면에 인재양성(higher education and training) 항목은 1위, 10위, 12위 등의 세부항목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 기술(technological readiness) 항목은 세부항목이 4위, 8위, 10위 등이다. 특허 출원과 기업의 연구개발 등의 기업혁신(innovation) 항목도 뛰어나다. 5위, 11위, 20위 등의 세부항목이 있다.

 

노조의 거품 말과 기업의 현실, 정부의 호들갑 홍보와 시장의 현장은 이처럼 겉과 속이 전혀 다르다. 한국의 대기업은 대부분 상장회사로서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일본과 미국의 기업을 능가하는 세계적 기업이 속속 등장했는데, 그런 기업일수록 외국인 소유가 절반이 넘는다. 대기업 총수는 대개 5% 지분도 안 된다.

 

재벌 총수의 전횡이라고 하지만, 미안하지만 그런 회사는 쫄딱 망해서 바로 시장에서 퇴출된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주식을 팔아 치운다. 한국은 특유의 신속정확한 의사결정과 무한책임의 장기투자로, 두드린 돌다리 또 두드리다 계속 시기(timing)를 놓치는 일본의 대기업, 단기이익에 급급하여 장기투자를 모르는 미국의 다국적 기업을 순식간에 따라잡거나 추월해 버렸다.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때보다 노조와 친북좌파 시민단체의 조직적인 표에 혹하여 경제민주화란 화려한 말로 한 통속이 되어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척 복지 거지로 전락시키려고 한다. 암 덩어리를 점점 더 키우고 있다.

 

최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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