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취임 100일에 북한이 17일 순항 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재개했다.

중장거리 순항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북한이 테스트 차원에서 쏜 것일 수도 있지만, 윤 대통령 취임 100일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분히 남측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과감한 정치·군사·경제적 상응 조처를 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정식으로 제안한 지 이틀 만에 감행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 '담대한 구상'의 직접적인 반응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정체된 핵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해보려는 윤석열 정부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도 '담대한 구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생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100일 회견에서 '담대한 구상'과 관련, 이틀 전 경제분야 위주의 내용을 밝힌 데서 나아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재래식무기 체계의 군축 논의 등 정치·안보 분야까지 거론하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날 새벽에 이뤄졌고 곧바로 대통령실에 보고가 이뤄졌음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회견에 임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도 이날 오전에 기자들과 만나 '담대한 구상'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을 설명하기도 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은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담대한 구상'을 정식으로 제안한 이후에는 아직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부정적으로 나올 소지가 다분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말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거론하며 '전멸'을 위협하고, 김여정도 최근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며 '보복성 대응'을 거론하는 등 대남 강경 기조가 한층 거세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담대한 구상'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내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번 미사일 발사로 '담대한 구상'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전날 시작된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의 사전 연습에 대한 반발 성격도 강해 보인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남측을 향해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는데, '긴장 고조 작태'가 연합연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었다.

다만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은 아니어서 일단은 무력시위의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올 수 있다.

향후 남측과 미국의 태도를 봐가며 도발의 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 6월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두 달여 만에 재개됐는데, 북한이 지난 10일 코로나19와의 방역전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하면서 그동안 방역에 쏠려있던 김정은의 관심이 또다시 이른바 국방력 강화로 옮겨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소위 전승절에서 대남 전략을 발표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코로나19에 대한 승리를 선포한 점으로 볼 때 미사일과 핵 개발을 재개할 수 있는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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