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수지 기자] 5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5.4% 오르며 약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려 있던 소비 수요가 회복하면서 석유류와 가공식품, 외식 가격이 전방위적으로 올랐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4% 상승했다.

상승률은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도 2008년 9월(5.1%) 이후 처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월 0.9%에 불과했으나 이후 꾸준히 올라 같은해 10월(3.2%) 3%대에 진입한 데 이어 올해 3월(4.1%)과 4월(4.8%)에 4%대로 치솟았다.

지난달에는 전월(4.8%)보다 상승 폭이 0.6%포인트 확대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심의관은 "6월 물가는 전월 대비로 0.4% 이상 하락하지 않는 한 5%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올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4.3%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4.5%로 내다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4.2%로 전망했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말 2.2%를 제시했으나, 조만간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달 5%대 물가 상승률을 견인한 것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다.

공업제품의 물가 기여도는 2.86%포인트로 전체 물가 상승률의 절반에 달했다. 개인서비스 기여도는 1.57%포인트였다.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상승분이 전체 물가 상승률의 82%를 차지한 것이다.

공업제품은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영향으로 8.3% 올라 2008년 10월(9.1%)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 5월 물가 5.4%, 근 14년만에 최고 [사진=연합뉴스]

석유류는 경유(45.8%), 휘발유(27.0%), 등유(60.8%), 자동차용LPG(26.0%)가 모두 오르면서 34.8% 상승했다. 이 중 경유는 2008년 7월(51.2%)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밀가루(26.0%), 식용유(22.7%), 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도 7.6%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외식(7.4%)과 외식 외(3.5%)가 모두 올라 5.1% 상승하면서 2008년 12월(5.4%)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외식 중에는 갈비탕(12.2%), 생선회(10.7%), 치킨(10.9%)이 많이 올랐고, 외식 외에는 보험서비스료(14.8%), 공동주택관리비(4.1%)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최근 오름세가 주춤하던 농축수산물도 4.2% 올라 전월(1.9%)보다 오름폭을 확대했다.

농산물은 0.6% 내렸지만, 축산물이 12.1%, 수산물은 2.7% 각각 올랐다.

사료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으로 축산물 중 돼지고기(20.7%), 수입 쇠고기(27.9%), 닭고기(16.1%), 국산 쇠고기(2.7%) 가격이 뛰었다.

전기·가스·수도는 전기요금이 4월에 오르고 가스요금도 4월과 5월 연달아 오르면서 2010년 1월 집계 시작 이후 최고치인 9.6% 상승률을 보였다.

전기료와 도시가스료가 나란히 11.0%씩 상승했고 상수도료도 3.5% 올랐다.

집세는 2.0%, 공공서비스는 0.7% 각각 올랐다.

▲ [그래픽] 생활물가·근원물가 추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더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6.7% 올라 2008년 7월(7.1%)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상승했다. 이는 2009년 4월(4.2%)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 등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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