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국 6대 지하철노조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재철 기자]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정부와 서울시가 노조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9월 14일 파업에 돌입한다고 23일 밝혔다.

추석 연휴 직전 총파업이 강행될 경우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노조는 구조조정 철회, 공익서비스 비용 국비 보전, 청년 신규채용 이행 등 핵심 요구를 내걸고 9월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다른 지역 지하철노조와의 연대 파업 여부는 각 노조의 내부 논의를 거쳐 9월 초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노조 측은 "열차를 멈추기에 앞서 잘못된 정책을 멈추게 하는 것이 투쟁의 이유이자 목적"이라며 "지하철 파업은 시민 불편뿐 아니라, 혼잡도 가중으로 방역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는 "끝내 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대화조차 거부한다면 전면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인천·대구·대전·광주·부산 등 6개 지하철 노조로 구성된 전국철도지하철노동조합협의회(이하 협의회)도 이날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서울교통공사의 구조조정 계획 철회와 무임수송 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며 파업 동참을 선언했다.

협의회는 쟁의권을 가진 서울교통공사 노조를 중심으로 1차 총파업과 서울 집중 투쟁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등 필요한 절차를 거쳐 파업에 동참할 방침이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 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답변이 없다면 9월 14일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며 "쟁의권이 없는 조직은 서울 상경 투쟁으로 정부에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총파업 계획은 준비 중"이라며 "9월 1일 국회가 개원해서 책임을 다하느냐에 따라 파업 규모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견에는 불법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참석했다.

양 위원장은 "공익서비스는 정부 정책으로 집행되는 것이지만 그 책임은 오롯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 것은 정부"라고 비판했다.

지난 주 5개 지역에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 결과 서울·인천·부산·대구·대전 노조원 1만8천991명 중 1만6천934명이 투표해 투표인원 대비 78.9%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광주 지하철 노조는 임금단체협상이 진행 중이라 투표에 참가하지 못했다.

협의회는 오는 26일 전국 650여개 역사에서 '지하철 재정위기 해결,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는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진행한다. 9월 초 정기국회 개원 즈음에는 국회와 서울시청 일대에서 노조 요구를 알리는 릴레이 시위와 기자회견, 도보 행진 캠페인 등을 벌이기로 했다.

6개 지하철 노조의 핵심 요구는 무임수송 손실보전이다. 이들은 고질적인 재정난의 원인이 노약자 무임수송에 있다며 코레일(한국철도)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손실금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적자 폭 확대에 따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추진 중인 대규모 구조조정도 주요 쟁점이다. 서울교통공사 사측은 전체 인력의 10% 감축안과 임금 동결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노동자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일방적인 자구책"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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