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과 팀워크’

일간지 인터뷰 중 사람을 보는 기준을 묻는 질문에 윤석열이 답한 내용이다. 좋은 말이다. 실력과 팀워크,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왕 필요하다.

팀워크는 팀이 협동하여 행하는 동작이다. 허나 윤석열 캠프는 팀워크를 도외시한 모습을 몇 가지 보인다.

우선 하나가 출마선언문이다. 윤석열 본인이 홀로 작성한 느낌이다. 원맨쇼였다. 메시의 화려한 개인기도, 박병호의 화끈한 한방도 없는 그저 그런 원맨쇼였다. 재미도 감동도 없었다. 한마디로 별로였다.

과거의 지나친 반추. 자유에 대한 장광설. 그간 만나온 전문가들 조언의 편린. 행간 어디를 봐도 팀워크는 찾을 수 없었다. 윤석열 이외에 누구 하나 의견을 개진한 흔적조차 없다. 본인도 쓰고 나서 보니 그렇더라 토로한다. 실망이었다. 팀워크를 발휘해야 할 한팀에서 본인은 쏙 빼버렸다. 나는 감독이야 뭐 이런 건가.

예의 일간지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다. 제가 정치를 안 했으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고 있으니 남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 아내의 이야기다. 백분 이해가 된다. 가슴이 짠했겠지. 해도 전달되는 메시지는 부적절했다. 인간적인 소회였다고? 지금 전쟁 중인데 참 한가롭네요.

바로 정경심의 최후진술이 생각났다. 배우자가 법무부장관 후보로 발표되고 제 삶은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곤두박질쳤다 등등. 억울하다는 거다. 법원의 판단도, 차고 넘치는 증거도 죄다 부인한다는 의미다.

윤석열의 처, 김건희도 속상하고 억울할 거다. 나더러 쥴리라니.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쥴리는 소설이다. 박사학위 받고 대학 강의 나가고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단독 드리볼. 팀워크 없는 섣부른 대응이었다.

그 박사 학위가 또 불씨를 이어간다. 박사 논문이 표절을 넘어 복붙(복사해서 붙인 수준)이네. 띄어쓰기 실수까지 같네. 멤버 Yuji는 또 뭐야. 옳다구나. 여기저기서 해명하라 해명하라 꽹과리치고 난리도 아니다.

대응이 진부하다. 해당 대학이 규명하고 그 결과에 따를 문제다. 이재명 추미애 정세균 등의 논문표절에 대해 조치를 취해라. 참 많이 군색하다.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윤석열 캠프가 윤석열하지 않았다.

어느 정권이든 불의에 굴하지 않는 모습.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투박하나 거침없는 언행. 윤석열의 매력이다. 국민이 환호하고 지지하는 이유다.

이놈의 내로남불 정권 제발 바꿔주세요. 정권교체의 열망을 담아 꽃다발을 날린다. 허나 부인 문제에서는 매력이 온데간데없다. 내로남불인가? 국민 입장에서는 ‘부르트스 너마저’이다

표절의 기준에 부합하든 아니든 김건희의 논문은 이미 부적절하다는 게 국민 눈높이의 상식이다. 아마 그녀는 이미 알고 있을 거다.

이 상식을 대하는 윤석열의 행동은 원칙이 무너졌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지지한 국민에 대한 배신이요 배반이다. 그들처럼 우리 편이니까 마냥 감싸주기를 원하는가?

섣불렀든 경솔했든 김건희는 쥴리 문제를 선제적으로 치고 나갔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동정표도 없지 않다.

일관성에서 없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쥴리가 사실이 아님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표절 문제도 똑같이 치고 나가야 한다.

구린 데가 있어서 이건 가만있나? 대학의 판단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시간은 윤석열의 편이 아니다. 흐르면 흐를수록 난처해짐은 그와 그의 처, 김건희의 몫이다.

오늘이라도 빨리 사실을 치고 나가라. 죄송합니다.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편법불법의 삶을 살지 않겠습니다. 장모님의 구속도 국민께 송구합니다. 결혼 전의 일이라고 면피하지 않겠습니다. 장모와 처 그리고 저의 과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 윤석열은 애처가입니다. 하루빨리 사과의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한다. 또 다른 잘못이 있다면 그거마저 이참에 토파하면 더 좋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인정하고 참회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누구처럼 잘못을 꾸역꾸역 부인하고, 토를 달고 뭉개려 들 때 국민은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거다.

캠프가 어느 정도 구성이 되었다. 사람 보는 기준이 실력과 팀워크라고 했다. 보다시피 팀워크는 아직이다.

참모가 후보 부인의 아쉬운 점을 거론하기는 쉽지 않다. 껄끄러운 일이다. 무척이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이를 엄청난 실력이라 하고 싶다. 설마 아니겠지. 많은 참모들이 윤석열의 입만 보고 그저 ‘하명 하소서’ 하면 큰일이다.

실력 있는 참모 하나쯤은 늘 있다. 없다면 망조다. 정치인 윤석열, 본인이 못한다면 실력 있는 참모가 나서야 할 때다.

▲ 황정일 논설위원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시죠. 티끌의 변명 없이 진실을 토로하고 용서를 구하시죠. 실력 있는 참모만이 후보에게 할 수 있는 충언이다.

알겠습니다. 집사람을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 충언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것 또한 후보의 실력이다.

대선투표일이 200여일 남았다. 긴 시간이다. 유사한 고난과 역경이 200개 이상 닥쳐올 수 있다.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 늘 그렇지는 않다. 허나 때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근데 윤석열 아니면 정권교체 못하는겨? 왜 난리여? 지난 일 년 간 그가 보여준 ‘가치’마저 바랠까 그게 걱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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