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정일 논설위원

2020년 7월 10일 0시1분. 박원순의 시신이 북악산 산책로에서 발견된다. 고인의 딸이 실종 신고를 한 지 대략 7시간 후. 여비서가 성추행으로 고소장을 접수한 지는 이틀만이다.

인간의 죽음은 슬픈 일이다. 어느 죽음이건 그 앞에서 잘 죽었다 속이 다 시원하네 대놓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사기꾼이든 파렴치한이든 살인자이든. 성추행범은 말할 것도 없다. 생명은 되우 존귀하기 때문이리라. 해서 고인의 명복을 뒤늦게나마 빌어본다.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섣부른 판단은 이렇다. 여비서를 성추행한 일이 세상에 알려질까 두려워 자살했다. 반면에(?) 고인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내린 신중한 판단은 이렇다. 너무도 많은 사람의 지지와 지원을 받았는데, 작은(?) 실수로 큰일이 터졌고 그것을 혼자 감당하기 버거워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망자(亡者)는 말이 없고 추측일 뿐이다.

남은 일은 생존자의 몫이다. 고인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뒤에 남은 궂은일일랑 상식의 선에서 처리했으면 됐을걸. 살아생전 고인을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은 그게 안 되는 모양이다. 고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비서는 ‘피해 호소인’이다. 더불어민주당 여성 국회의원 남인순 진선미 고민정 등이 그런다. 설마. 성추행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듯하다. 꼴에 페미니스트란다 이들이.

이해찬은 곱지 않은 인상을 다시 한번 구기면서 “후레자식 같으니” 한다. ‘박원순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성추행이라니. 니가 봤어 임마. 하는 거 같다.

코로나 상황에서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른다. 장례위원으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00여명이 이름을 올린다. 나도 언제든지 그럴 수 있어. 남의 일 같지 않아. 하는 듯하다.

압권은 진혜원이다. 고인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흘째 되는 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다. 생전의 고인과 팔짱을 끼고 함께 있는 모습의 사진을. 그러면서 이런다. “내가 덥석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고인을 추행했다. 페미니스트인 내가 추행했다고 했으니 추행이다. 권력형 다중 성범죄”

이 여자 도대체 왜 그러지. 계속 페이스북에 적는다. “고소장 접수 사실을 언론에 알리고 발인 일에 기자회견하고 선정적 증거가 있다고 암시하면서...흥행몰이와 여론재판으로 진행한다” 꽈배기집 딸인가? 피해 여비서와 그녀의 변호인단을 비비 꼰다. 명백한 2차 가해다.

이후에도 진혜원은 열심히 2차 가해를 한다. 암컷, 수컷, 꽃뱀 하면서 피해자를 오지게 비튼다(그 내용을 여기서 시시콜콜 나열할 필요는 없지 싶다). 왜 저럴까 저 인간? 고인을 너무 사랑해서? 고인의 성추행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2차 가해의 집약체’라 평가 받는 책이 있다. 저자는 오마이뉴스 기자 손병관이다(책 제목은 밝히고 싶지 않다). 관통하는 주제는 ‘피해자는 피해자답지 않았다’라고 한다(나는 책을 읽지 않았다. 아니 읽고 싶지 않았다). 무슨 골동품 같은 이야기야.

고인이 샤워를 하는 동안 새 속옷을 갖다 놓는다. 밤에 별다른 이유 없이 고인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거 뭐 별일이라고 난리야. ‘냄새 좋아 킁킁’은? 딱히 거슬리지는 않네. 주위 공무원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의도를 편집한다. 이런, 오마이 갓이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겨우 말한다. 같이 죽자고 할까봐 지난 6개월간 딸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다고.

전 서울시 미디어 비서관 이대호는 “이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 하는데 이런 행동은 잘못되었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더더욱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계속 말한다. “저는 비서실에서 일하는 동안 고인이 성폭력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것이 우리 팀의 실패였다.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고 예외는 없다”

준만이 형(나보다 나이도 많고 얼굴도 잘생겼고 지식도 많고 글도 잘 쓰니 당연 형이다)은 이른바 박원순 사건의 원인을 ‘의전문화’에서 찾는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코스프레 스트레스. 말이 어렵다. 나는 미안하게도 코스프레 스트레스에서 그 원인을 찾고 싶다(누구한테 미안한지는 모르겠다).

코스프레. 일본어가 영어권 국가로 역수입되어 탄생한 단어란다(이번에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흉내 내지 위장쯤으로 풀이된다. 아닌 것이 그런 척 정도로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거다.

고인은 코스프레의 달인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먼저 보궐선거에서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뒷굽이 다 닳아진 아니, 누군가 일부러 뜯어낸 듯한 구두 말이다. 서민후보 박원순 탄생이다

안철수와의 첫 회동 때 덥수룩한 수염, 빼놓을 수 없다. 와, 멋있습니다. 진흙탕인 정치판에 발을 담그기까지의 깊은 고뇌가 물씬 풍기지 말입니다.

철거 예정 건물에 선거사무실을 차린다. 폐품을 재활용한다. 배낭을 메고 운동화를 신고 걸어 다닌다. 정말이야. 우리 캠프는 ‘돈 선거’는 안 해. 근데 너만 알아야 한다. 정몽준보다 3억5천여만 원 더 썼어.

책상 위에 잔뜩 싸여 있는 서류 더미. 이게 쌓이면 쌓일수록 시민은 행복해진대. 근데 뭐가 어디에 있는지는 통 못 찾으시더라고.

아닌 척 그런 척 살면 되게 피곤할 거다. 피곤이 쌓이면 스트레스가 된다. 스트레스가 넘치면 터지기 마련. 어떤 식으로 발사되는가. 이게 문제다.

삼양동에서의 옥탑방 체험. 이 즈음 코스프레 스트레스가 임계점에 오지 않았나 싶다. 아 이거 좀 오바 아닌가. 약간 무리순데. 항간의 평이다.

삼양동 행사는 진즉에 의도가 노출됐다. ‘체험’보다는 ‘알린다’에 방점이 있다. 누가 봐도 비디오다. 달인의 실수다. 그럼 왜? 누적된 코스프레 스트레스가 영악한 판단력에 손상을 입힌 듯하다. 순전히 추측이지만.

코스프레. 나도 한다. 약한데 쎈 척. 남녀노소 동서고금 다 한다. 적당히 한다. 근데 참 문재인 동네 사람들은 해도 너무 하더라. 건강에 안 좋다. 성찰하고 몸조심도 하고 그러라고 지난 일을 끄집어 내서 오지랖 함 떨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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