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반도체 칩 부족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중국 반도체에 대한 견제심리를 여과 없이 드러내며 공격적 투자 의지와 함께 의회의 관련 예산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의에서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인 뒤 "내가 여기 가진 칩, 이 웨이퍼, 배터리, 광대역, 이 모든 것은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문제를 일시적 수급난이 아니라 국가의 기초 인프라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여야 상·하원 의원 65명에게서 반도체 지원을 주문하는 서한을 받았다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서한 내용을 소개했다.
또 "중국과 세계의 다른 나라는 기다리지 않고, 미국이 기다려야 할 이유도 없다"며 "우리는 반도체와 배터리와 같은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과 다른 이들이 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지난달 제시한 2조2천500억 달러(2천530조 원) 규모의 인프라 예산을 의회가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 여기에는 500억 달러의 반도체 제조 및 연구 지원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장(NEC)이 주재한 회의에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19개 글로벌 기업이 참석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세계 1~2위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정보기술(IT) 강자인 HP와 인텔, 또 자동차 업체인 포드와 GM 등 글로벌 기업이 두루 참석했다. 삼성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백악관이 공개한 참석자 명단에 올랐다.
이번 회의는 반도체 칩 공급난으로 미국의 자동차 생산 조업 중단이 속출하고 전자제품 생산도 차질을 빚는 일이 생기는 상황에서 소집됐다.
미국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 2월 행정명령에 따라 그간 수입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던 반도체 칩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100일 검토 작업도 진행 중이다.
백악관은 회의 후 보도자료에서 반도체 부족이 바이든 대통령과 경제, 국가안보 담당 고위 보좌관에게 최고로 시급한 우선 과제라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장단기 접근법을 토론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반도체 공급망 투명성 향상과 수요 예측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시는 공급난에 직면하지 않도록 미국의 추가적인 제조 능력을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논의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인프라 투자가 미래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증진함으로써 미국의 경쟁력과 국가안보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 예산에는 향후 8년간 소비자 인센티브 제공, 충전소 설치 등 전기차 분야에 1천740억 달러를 지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