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달에도 소비자물가가 4%대를 넘어서며 고물가가 이어졌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생활물가가 많이 올랐다. 전세와 월세의 오름세는 멈추지 않고 이어져 주거비 부담이 커졌다.

 

올 한해는 농축산물과 석유제품이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정부가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해 물가 상승을 억제했지만 뛰어오르는 물가를 잡지 못했다.

 

내년에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3%대로 내려가겠지만 공공요금 인상 등 적잖은 물가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식품물가·난방비 ‘고공행진’…전세난도 계속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1월과 같은 4.2%로 두 달 연속 4%선을 넘어섰다. 수급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3.6% 올라 7월과 함께 올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방식으로 집계한 근원물가는 2.7% 오르는 데 그쳤다.

 

서민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 전체 상승률보다 높은 4.4%에 달해 서민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먹거리 물가도 여전히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생활물가지수 가운데 식품 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6.5% 올랐다. 농축수산물은 5.8%,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7.5%나 뛰었다. 농축수산물은 9월 이후 하락세를 보였지만 계절적인 영향으로 공급이 감소하면서 전달대비 2.3% 올라 상승세로 전환됐다.

 

고춧가루 가격은 1년 전보다 93.8%나 올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고, 오이는 82.8%, 돼지고기는 38.3% 올랐다. 배추와 무 가격이 각각 65.2%, 61.3% 떨어진 것이 그나마 김장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요인이다.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따라 외식 삼겹살은 15.7%, 외식 돼지갈비는 13.5% 오른 가운데, 저렴한 비용에 서민들이 즐겨 찾는 라면 값도 4.9% 뛰었다. 우유값도 1년 전보다 11.9%나 급등했다.

 

전세값 급등세도 계속됐다.

 

집세 오름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으면서 집세는 5.0% 상승했다. 전세금은 전달에 이어 5.9%, 월세는 3.3% 올랐다. 지난달과 이번달 전세금은 지난 2002년 12월(6.0%) 이후 11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것이다.

 

겨울철 난방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난방비용도 많이 올라 서민들의 시름을 깊게 했다. 전기·수도·가스가 1년 전보다 7.6%나 뛴 가운데 도시가스와 지역난방비가 각각 14.7%와 11.2%로 10%대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라 휘발유는 9.6%, 경유는 14.1%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올해 물가상승 농축산물ㆍ석유류가 이끌어

 

올해 물가는 지난 29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평가한 것처럼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연초부터 이상한파와 구제역이 겹치면서 농축산물 가격이 뛰어올랐고, 여름엔 집중호우가 지루하게 이어져 채소와 과실류 가격이 올랐다.

 

하반기 들어 기상여건이 개선되면서 작황이 좋아져 일부 채소류 가격이 내렸지만 전반적인 상승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농축수산물의 연간 상승률은 9.2%로 전체 물가 상승률 4.0%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2001~2010년 평균 농축수산물 상승률이 4.8%인 점을 감안하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올해 유난히 많이 오른 셈이다.

 

품목별로 돼지고기(28.1%), 고춧가루(50.6%), 쌀(11.1%) 등이 크게 올랐다. 채소류는 9월 이후 가격이 안정되면서 연간 기준으로 2.8% 내렸다.

 

올해 물가 상승을 이끈 또 다른 주범은 석유제품이다. 올 한해 석유류는 13.6%나 올랐다. 최근 10년간 상승률인 5.3%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2.5배나 된다.

 

이는 올해 리비아 등 중동의 정세불안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탓이다. 국제유가가 4월에 배럴당 120달러대까지 오르는 등 장기간 100달러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설탕(22.7%), 소금(28.6%) 등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을 부추겼고, 외식비(4.3%) 인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 한해 전세가 4.6%나 올라 서민들의 물가 부담을 한층 더했다. 전반적인 집값 안정으로 전세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세가 예년에 비해 많이 올랐다.

 

연간 물가 상승률은 4.0%로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이자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3±1%)에 간신히 턱걸이는 했다.

 

하지만 여기엔 많은 '꼼수'가 개입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 개편으로 상승률 자체를 끌어내렸다. 지수개편 때 가격이 많이 오른 금반지를 빼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품목을 포함해 논란이 일었다. 2005년 기준 지수로 올해 물가 상승률은 4.4% 정도 된다.

 

물가 안정 대책이라고 하지만 정부가 기업들 '팔 비틀기'로 억지로 물가 인상을 자제시킨 측면도 크다.

 

통신료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요금 인하 드라이브를 걸자 SK텔레콤이 9월에 기본료를 1천원 내린 것을 비롯해 KT는 10월, LG유플러스는 11월에 각각 기본료를 인하했다. 그 결과 이동전화료와 스마트폰이용료가 올해 각각 3.0%, 0.5% 내렸다.

 

은행들은 자동화기기(ATM) 이용 수수료를 비롯한 각종 수수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인하했다.

 

공정한 시장질서 유지 임무를 맡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기구’를 자처하며 가공식품 등 각종 제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거나 내리는 데 한몫하기도 했다. 정부는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의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도 했다.

 

전문계 고등학교의 등록금 면제, 초등학교 무상급식 등도 물가 압력을 덜어줬다.

◇내년 공공요금 인상 우려…기저효과 등으로 물가는 3%대로 내릴 듯

 

내년 물가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근원물가가 지난 3월부터 3%대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12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0%로 6개월 연속 4%대를 유지했다.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심리가 높다는 뜻이다.

 

올 한해 억눌렀던 공공요금이 내년에 줄줄이 오를 우려도 있다.

 

서울시는 내년부터 하수도 요금을 올린다. 7년 만의 일이다. 또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할 계획이다.

 

전기료 역시 내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기료는 30년 만에 처음으로 일년에 두 차례 올랐다. 연간 인상률은 9.63%다. 하지만 원가보상비율이 낮아 적자가 쌓이고 있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기료는 그 자체로 가중치가 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전기료는 산업활동의 기초 비용으로, 전기료 인상은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다른 상품 가격을 올리는 2차 충격을 준다.

 

이란 제재에 따른 유가 상승도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세가 올해보단 둔화돼 공급 측 물가 압력은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글로벌 재정위기로 인해 경기회복세가 둔화됨에 따라 수요 측 압력도 내려갈 전망이다.

 

올해 4%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데 따른 기조효과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내년엔 3%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생활물가 안정기반을 공공히 할 수 있도록 서민생필품의 수급 안정과 경쟁 촉진을 내년 경제정책의 주안점으로 삼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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