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4.0%를 기록,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 상한선에 턱걸이했다. 이 때문에 물가안정을 제1의 목표로 하는 한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은은 29일 ‘2011년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점검’ 보도자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평균 4.0%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달 상승률 예상치는 4% 초반이다.

 

신(新) 지수 기준으로는 올해 들어 6차례, 구(舊) 지수 기준으로는 지난 10월을 빼면 줄곧 4%를 넘은 것이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 4.0% 가운데 2.3%포인트는 공급요인, 1.7%포인트는 인플레이션 지속성과 수요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질임금이 줄고 식료품비 등 생활비 지출은 크게 늘어 가계 고통이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역대 3번째로 커진 것도 고물가 상황과 연관이 깊다.

 

문제는 물가가 연중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준금리가 6개월째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탓이다. 금리를 섣불리 올렸다가 불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금리 동결을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좀 더 일찍 정상화했다면 물가를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리 인상 ‘실기론(失期論)’이다.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5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 따른 효과를 보면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올해 0.5%포인트, 2012년 중 추가로 0.5%포인트 등 총 1%포인트 낮출 것으로 추정했다.

 

올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1회 추가 인상을 했다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1%포인트, 내년 0.2%포인트 등 0.3%포인트 추가로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은 관계자는 “물가가 많이 뛸 때 (실기론과 같은) 이야기 많이 나오는데 올해는 구지수 기준으로 본다면 금반지 등 갑작스러운 요인 때문에 물가가 많이 올랐다. 이런 상황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4.0%의 물가상승률은 금반지를 빼고 새롭게 산정한 통계수치로, 구 기준으로는 이보다 훨씬 높아 사실상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얘기가 몇개월 전부터 터져나왔었다. 

 

내년에는 공급측 압력이 완화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낮아질 전망이나 일반인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을 유지, 물가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한번 오르면 잘 안 내려가는 속성이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목표를 이탈하면 한층 민감하게 반응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기준금리 인상이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더 제한적이어서 통화정책으로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

 

한은 관계자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일종의 관습이라 상당한 시간을 갖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비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물가상승에 대한 경계심을 갖고 물가상승률이 3% 중심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