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북한 관련 테마주를 주시하는 등 루머 관련 시장 감시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고위 관계자는 28일 “북한관련 루머의 지원지가 어디인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좀더 깊게 들여다보라고 지시했다”면서 “북한 테마주를 포함한 이상급등 종목에 대해서도 당연히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다른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최근 시장에 영향을 주는 루머들을 추적 감시하고 있고, 특히 북한 관련 소문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정치인 테마주처럼 북한 관련 테마주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도 “지난주부터 북한 관련 루머들을 포함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시장의 소문들에 대해 감시를 대폭 강화했다”며 “평상시보다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에서 북한 소문과 관련해 이상한 매매가 있는지 세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증권사 등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루머의 진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김 위원장 사망 이후 투자자들이 북한 관련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고려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김 위원장 사망이 시장에 미친 영향은 단기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의 권력승계 과정에서 언제든지 돌발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시세조종 등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

 

전날만 해도 뚜렷한 악재 없이 잠잠하던 주식, 외환, 채권시장이 갑작스런 중국군 북한 파병설에 순간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출렁였다.

 

코스피는 오전 한때 중국 파병설이 돌자 50포인트 이상 추락했다가 1분 만에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1,155.00원에서 출발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북한 관련 소문이 퍼지자 1,160.00원까지 급등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트렸다는 정확은 포착되지 않았지만 주가조작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계속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관련 종목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등 전형적인 테마주 매매 행태를 보였다.

 

19일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방위산업과 생필품 관련 종목이 무더기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방위산업체인 빅텍과 휴니드는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퍼스텍은 19일 상한가에 이어 이튿날에도 12% 이상 올랐다. 삼양식품 등 생필품 관련주도 급등했다.

 

이들 종목은 코스피가 안정을 되찾자 투기성 단타 매매 세력이 빠져나가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북한 테마주가 몰락하자 남북 경협주가 급등했다. 조문단 방북 등으로 남북관계 회복 기대가 커지자 제룡전기·이화전기·광명전기 등 대북 송전주와 하이스틸·동양철관 등 가스관주, 좋은사람들 등 개성공단주가 최근 크게 올랐다.

 

그러나 28일 금융당국의 북한 관련 루머와 테마주에 대한 감시 방침이 전해지자 남북경협주도 급락세로 전환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지난달 대출사기, 보험사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 함께 테마주 선동을 서민에 대한 ‘4대 금융범죄’로 규정하고 거래소와 합동루머단속반을 설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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