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2월 소비심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한 96.9를 기록했다. 

낙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 6월과 같았다.

다만 이 조사는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2월 10∼17일 이뤄진 만큼 확산 추세에 변화가 없다면 3월 소비심리지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달 소비심리지수 낙폭은 2008년 조사 시작 이래 세 번째로 크다.

1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12.7포인트), 2위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 3위는 2015년 6월 메르스 때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 2월이다.

코로나19가 더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소비심리는 잔뜩 위축됐다.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이 큰 폭 하락한 것은 물론 취업기회, 임금, 물가상승률, 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이 전방위적으로 나빠졌다.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가계수입전망 CSI는 4포인트씩 내리며 각각 106, 97을 나타냈다.

소비자들이 지금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66으로 전월보다 12포인트 급락했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11포인트 하락한 76을 기록했다.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91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고, 생활형편전망 지수는 4포인트 떨어진 93을 나타냈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7포인트 빠진 81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임금수준전망 지수는 3포인트 내린 116, 금리수준전망도 3포인트 떨어진 92였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며 "조사가 17일까지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상황이 심각해진 부분은 반영이 덜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