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80억원대 탈세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 임원에 대해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모씨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3년과 벌금 17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전씨는 이건희 회장과 공모해 세금 85억여원을 포탈했다"며 "이는 국가 조세 수입과 직결되므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을 지낸 전씨는 삼성 임원들 명의로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다수 만들어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사고판 뒤 2007년 및 2010년도분 양도소득세와 지방소득세 총 85억5천700만원을 내지 않은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삼성은 이들 차명계좌를 2011년 국세청에 신고해 세금 1천300억여원을 납부했고, 2014년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전씨와 함께 삼성 총수 일가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 33억원을 삼성물산 범인자금으로 대납한 혐의로 기소된 삼성물산 임직원 3명에 대해서도 나란히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전씨는 최후진술에서 "법적인 책무에 대한 인식이 미흡해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문제를 일으킨 책임을 통감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다만 수십년간 존속한 삼성의 차명계좌 관리를 맡은 이후 조사에 협조하고 기존 주식도 모두 처분해 문제를 최종적으로 일소했음을 헤아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내가 차명계좌의 책임자가 된 이후로는 한 주도 매입한 것이 없고, 단순한 관리 등 소극적 역할만 했다"며 관대한 처분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내달 14일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이 사건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확인되지 않았던 삼성그룹의 차명계좌가 2017년 경찰 수사로 발견됨에 따라 기소까지 이어졌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도 양도세 탈세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직접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소중지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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