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판사를 석궁으로 테러한 대학교수를 로빈후드와 같은 의인으로 묘사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정치인으로 나선 배우 문성근이 테러를 당한 부장판사역을 맡아 부패하고 잘못된 위신만을 지키려는 판사의 모습을 연기해 사법부를 악의적으로 그려냈다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교수직유지 소송에서 패소한 한 대학교수가 판결에 불만을 품고 담당 판사를 석궁으로 쐈던 사건이 있었다.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부러진 화살'은 이 사건을 소재로 했다.

 

소재가 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성균관대 수학과 김명호 교수는 교수재임용에서 탈락되자 지난 2005년 법원에 교수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995년 김 교수는 성대 본고사 수학 특정문제에 대해 오류를 지적하면서 해당 문제를 무효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동료 수학과 교수 및 학교측과 격렬히 대립한 바 있다.

 

이후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김 교수는 수학문제에 오류를 지적했던 탓에 보복을 당한 것으로 스스로 판단, 법원에 교수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학 측은 이에 맞서 김 교수의 재임용 탈락이 보복과는 거리가 먼 ‘교수로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 2심 모두 김 교수의 학문연구에 대한 능력과 자질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교수로서 적합한 자질을 갖추지 못한 것이 인정된다며 대학측의 재임용 거부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 교수가 학생들이나 동료 교수들의 인격과 실력을 무시하고, 박사과정 학생을 전혀 지도하지 않았다는 학교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또 학생들 역시 집단적으로 김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해 대학교 입장에서는 계약을 갱신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임용 탈락은 해고와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특별한 부당사유가 없는 한 대학측이 계약을 갱신하고 안하고는 법원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었다.

 

당시 김 교수는 막연히 자기가 지적한 문제의 수학적 판단이 맞다는 말과 보복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만 할 뿐 어떤 반박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도 선임하지 않는 등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근거의 제시나 설득도 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재판 과정에서 교육자적 자질을 묻는 질문이 나오면 “나는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애들 가정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신문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또 재판 기간 중에 법원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등 재판부에 대한 설득은 뒤로 한 채 대중에 호소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재판에 임하는 내내 사법권에 대한 불신과 적대의식을 가진 채 소통에 나서지 않고 사회적 반향을 기대한 것이다.

 

결국 김 교수는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2008년 2심 재판장이던 서울고등법원 박홍우 부장판사의 집으로 찾아가 퇴근하는 박 부장판사의 복부에 석궁을 쏘아 상해를 가해 살인미수죄로 기소돼 4년형이 확정됐다.

 

영화 ‘부러진 화살’은 이와같은 객관적 사실과, 법원 차원의 입장은 철저히 외면한 채 김 교수의 일방적 주장만을 담아 미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남부군’과 ‘하얀전쟁’을 만들었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 교수 역할을 배우 안성기가, 피해자인 박홍우 부장판사역을 배우 문성근이 맡았다.

 

정지영 감독은 문성근, 명계남을 비롯해 대표적인 좌파성향 예술인 모임인 ‘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모임(노문모)’의 회원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는 김 교수가 성대 대입시험문제의 오류를 공개 지적하자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데 따른 보복으로 재임용을 타락시킨 것으로 그리고 있으며 재판장이 소송과정에서 편파적인 진행으로 김 교수의 학문연구 실적 등 주장을 묵살, 청구를 배척한 것으로 만들었다.

 

또 김 교수의 석궁발사가 고의가 아니며 가벼운 찰과상 정도에 그쳤다는 편향된 주장을 그대로 넣었으며 이처럼 가벼운 상처에도 법원이 괘심죄를 적용해 과실치상죄가 아닌, 살인미수죄를 적용,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처럼 묘사했다.

 

영화가 주장하는 대로라면 재판부가 김 교수의 양심적인 행위를 도외시하고 기득권층인 대학 측을 옹호하여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것인데 이는 사법권에 대한 엄청난 모욕이다.

 

나꼼수 정봉주 유죄판결 이후 좌파세력의 대법원에 대한 비판 분위기와 맞물려 김 교수를 보수적 사법권력의 희생자로 묘사한 이 영화는 ‘도가니’와 같은 사회적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석궁테러사건의 피해자인 박홍우 부장판사는 정봉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2심 재판장으로 알려지면서 이 영화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가능성이 더욱 높은 상황이다.

 

트위터에는 현재 영화 ‘부러진 화살’을 두고 “정봉주 항소심에서 유죄를 때렸던 박홍우 판사의 악행을 영화화 했다”는 내용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한편 김교수 사건의 2심 재판 당시 재판장은 박홍우 부장판사이지만 주심판사는 한미FTA를 비판하고 대통령을 조롱한 것으로 문제됐던 이정렬 판사였다.

 

이정렬 판사는 과거 억대 내기 골프 사건을 상습 도박죄로 본 대법원 판례를 깨고 무죄를 선고해 눈길을 끈 바 있으며 나꼼수에 대한 옹호 발언으로 최근 좌파쪽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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