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앞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이 26일 황 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유성연 기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6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 등을 저지하기 위해 청와대 앞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일주일째로 접어들었다.

황 대표는 추위 속에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탓에 체력이 급격히 저하됐다고 그의 상태를 살핀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단식농성장 옆에서 주재한 원내대책회의를 전후해 황 대표의 텐트를 찾았다.

나 원내대표는 텐트를 나와 기자들에게 "국회 돌아가는 상황을 좀 논의했고, 대표께서는 '수고해달라'는 말씀을 했다"면서 "(황 대표가) 거의 말씀을 못 하신다. 그냥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그런 정도"라고 했다.

황 대표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는 질문에 나 원내대표는 "육안으로 보는 것과 의사들이 검사하는 것과 다르다"며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는 정도까지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도읍 의원은 황 대표의 상태가 악화하자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빨리 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구급차와 의료진을 주위에 준비해뒀다고 밝혔다.

황 대표 곁에서 매일 밤을 보내고 있는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날이 춥고 바람에 천막이 펄럭이는 소리에 황 대표가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전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위로방문 직후, 오후에 청와대가 텐트를 철거해달라는 입장을 통보한 데 대해 "상황을 풀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것",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텐트를 철거한다고 해도 민심 저항을 막을 수는 없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위선적이고 옹졸한 태도를 버리고, 황 대표를 만나 통 큰 결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텐트가 설치된 청와대 사랑채를 운영하는 한국관광공사가 전날 한국당을 찾아와 텐트 철거를 위해 '행정대집행'을 거론한 데 대해 "형식적인 이해찬 대표의 방문에 이어 관광공사를 뒤에서 조종해 비닐을 뜯어내겠다고 협박이나 하는 이런 정치를 그만하길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 (연합뉴스) 26일 오전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황 대표 텐트에는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방문, 황 대표가 단식 요구 조건으로 내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을 국회에서 저지토록 하자고 제안하며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를 만나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것 같다. 건강을 너무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좀 중단하셨으면 좋겠다"고 만류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유 의원은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법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에 대해서는 어차피 문제의식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해 최선을 다해 막아내야 하는 것이니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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