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고가 주택을 매입했거나 비싼 전세계약을 맺은 이들 가운데 자금 출처가 뚜렷하지 않은 탈세 혐의자 220여명이 무더기로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최근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자금으로 고가 아파트·오피스텔을 취득했거나 고급 주택에 전세로 거주하는 사례들 가운데 탈세가 의심되는 224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2일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 선정에는 NTIS(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의 과세 정보,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주택 취득 시 제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 등이 동원됐다.

▲ 2019년 1∼9월 서울 아파트 연령대별 매입비중[한국감정원 제공]

혐의를 유형별로 보면, 우선 30대 이하 사회 초년생으로서 자신의 자산은 거의 없지만 부모 등이 편법 증여한 돈으로 서울·지방의 고가 아파트를 구입한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 규모가 10년간 5천만원(증여재산 공제 한도)을 넘으면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한다. 

또 주택·상가 등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실거래가로 쓰지 않고 서로 짜고 업·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거래당사자, 개발 호재 지역 주변 땅을 헐값에 사서 허위·광고로 판매하는 기획부동산 업체 등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을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원 흐름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부모 등 친인척 간 자금흐름과 사업자금 유용 여부까지 면밀히 추적할 방침이다.

▲ 전세 거래 중 9억원이상 비중[한국감정원 제공]

취득한 부동산의 자금원이 유출된 사업자금인 경우 해당 사업체까지 세무조사하고, 차입금으로 자산을 취득했다면 향후 부채 상환 과정까지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탈세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등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지난달 11일 착수한 '서울지역 실거래 관계기관 합동 조사'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통보되는 탈세 의심 사례에 대해서도 자금출처 등을 꼼꼼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보유세 부담과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자녀 등에 주택을 증여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만큼, 국세청은 부담부증여를 통한 조세 회피, 증여가액 축소를 통한 증여세 탈루 여부도 점검할 예정이다.

또 증여 대상 아파트의 재산가액을 평가할 때, 유사매매 사례 금액이 있는데도 공시가격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축소 신고하는 사례도 집중 검증 대상이다.

▲ 고가 부동산 관련 세금 탈루 혐의 사례[국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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