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KBS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김정일 사망에 긴장과 혼란이 극에 달하고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한 국가적 협력이 강조되는 시점에 연봉을 올려달라고 외친 것이다. 여론은 KBS노조가 공영방송의 본분을 잊고 개인 잇속만 차린다며 비난했다.

 

김정일이 사망한 19일 모든 방송이 뉴스특보체제에 총력했지만 KBS노조는 전국조합원총회를 열고 임금인상을 위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앞서 KBS노조는 성명을 통해 “동지 여러분!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하십니까? KBS인이 어떻게 파업을 하지? 나 아니면 방송 안 될 텐데... 특히 나는 생방송인데, 9시 뉴스는 나가야 하지 않나? 공개방송은 해야 하지 않나?”라고 언급하며 이를 두고 “어리석은 노예적 사명감”이라고 규정했다.

 

이 탓에 19일 김정일 사망 특집 8시 메인뉴스는 시간도 맞추지 못해 8시 30분이 되어서야 뉴스가 시작됐다. 뉴스진행은 예정됐던 조수빈 아나운서 대신 이규원 아나운서가 맡았다.

 

하지만 조 아나운서는 곧바로 “뉴스진행은 국민들과 약속이고 임금문제로 방송에 불참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다”며 노조탈퇴 입장을 전달했다.

 

전 KBS기자협회장이기도 한 민필규 보도국 기자도 19일 밤 사내통신망에 “국가위기 상황을 보도하는 것이 공영방송 종사자의 자세가 아니냐”면서 “지금 월급 인상이 중요하냐”고 질타했다.

 

민 기자는 또 “오늘 9시 뉴스가 노조의 협박과 물리력에 무릎을 꿇었다”며 “50여 명의 노조 규찰대원들이 결국 KBS 9시 뉴스 앵커를 끌어내렸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사망한 중대 국가 비상사태에 우리 9시 뉴스가 8시도 아니고, 9시도 아니고, 8시 30분에 뉴스를 시작했다”면서 개탄했다. 결국 민 기자는 노조 탈퇴를 선언했다.

 

파업의 여파로 '불후의 명곡'의 19일 녹화가 취소됐고 당시 관객 1,000여명은 그대로 돌아갔다. 간판인 개그콘서트는 경호를 받으며 녹화가 진행됐지만 비노조원들로 대체된 채 진행됐다.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측은 KBS의 임금수준이 타 경쟁방송사 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EBS노조는 임금협상에서 직원의 임금을 KBS의 90%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EBS직원의 임금은 KBS의 70%대 수준이었다.

 

2009년 기준으로 KBS 직원들의 평균 보수는 8,123만 4,000원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우리나라 가구당 소득은 연평균 4131만 6,000원이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두 명 이상인 가구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KBS 직원의 1인당 연봉 규모는 대한민국 평균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KBS노조는 똑같은 방송환경 속에서 MBC와 SBS는 수백억원의 수익을 내며 상여금을 준다고 돈잔치를 하는 판국에 KBS만 적자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공의 복지를 위해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KBS는 124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고 디지털사업 전환 등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서 무리한 인건비 인상에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22일 총파업 4일째를 맞은 KBS노동종합의 사이트에는 노사간의 마라톤 협상이 결렬됐다는 내용의 글이 실렸다.

 

이에 따르면 임금 총액대비 4% 인상, 복지카드 100만원 증액, 대학학자금 복지기금 정상화, 인력 대규모 충원, 신입사원 임금정상화 등을 논의 했지만 결국 불발로 끝났다. 이번 협상 결렬로 KBS노조의 파업은 장기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KBS노조가 시청자들을 외면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들어갔다”고 비난했으며 “대한민국이 노조활동이 보장돼 있는 나라이긴 하지만 공영방송으로서 시청자들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한편 이번 파업은 기술·아나운서직등이 포함된 1노조에 의한 것이며 PD 등이 속한 KBS 2노조는 오는 23일 전면파업 동참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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