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죽었단다.”
“김정일이 죽었다네요.”
“김정일 사망(死亡)”

동시에 문자가 3개 떴다. 차를 운전하고 가는데 이렇게 각기 다른 곳에서 보내온 문자가 뜬 것이다. 바로 며칠 전, 증권 시장을 중심으로 ‘김정일 死亡’이라는 헛소문이 나서 증권가를 잠깐 혼란시킨 적이 있었던 터라 문자가 한 개만 떴다면 “또야?”하고 의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이었다.

“정말, 죽기도 하네.”
숱한 ‘예언’이, 그리고 숱한 점괘가 오르내리던 터라 이 ‘정말’은 차라리 허망할 만큼 싱겁게 찾아왔다.
그러고 나서 우리 사회는 ‘김정일 사망’이라는 미싱으로 드륵드륵 드르륵 날마다 누벼졌다. 12시간 24시간 누벼지면서 해괴한 현상으로 까지 번져 갔다.
‘김정일의 생애’ ‘김정일의 인품’ ‘김정일의 자질’....
맙소사!! 이러다가는 ‘김정일의 영도력’ ‘김정일의 업적’ ‘그 빛나는 공적’같은 것도 나오게 생겼다.
한 대학 교수는 해설을 하는 화면에서 연신 ‘김정일 위원장의 서거’ 소리를 해댄다.
 
해괴하고 우스운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듣노라니 입안에 쓴 물이 고여서 매체를 대하기가 불쾌하다. 그런 지경이 절정이 되었을 때였다. 한 TV에 좌파 정권시절에 권력의 정상 곁에서 온갖 영화를 누리더니 이제는 야당 동네에서 완전 거물이 되어버린 ‘朴모’씨가  등장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얼마나 화통한지” “술은 또 얼마나 잘 마시는지”를 입담을 섞어가며 질펀하게 읊어댔다.

그러는 화면의 배경에는, 그가 김정일과 볼이 서로 닿을 것처럼 맞대고 앉아서 은근한 미소와 함께 소곤소곤거리는 사진이 깔려 있었다. 

그가 유난히 그쪽 권력층에서 실력을 과시하며 이른바 ‘카리스마’ 넘치는 중심 세력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진의 뒷받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화면이다.

그는 또 ‘김정일 위원장’이 “강성대국의 의지를 펴보지 못하고 그 출발을 코앞에 둔 채” 세상을 떠난 일을 애석하는 듯이 말했고 그런 아버지의 뜻을 다 물려받지 못한 아들 김정은이 안쓰럽고 안됐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

마치 김정일의 ‘강성대국’ 실현은 “위대하고 훌륭한 국가 전략”인 것처럼 느껴지는 말투였다.

대저, 김정일의 ‘강성대국’이 무엇인가. 그것은 ‘강건한 군사대국’이란 말이 아닌가.
저들이 강건한 군사대국이 되는 것은 그 첫 번째 위하(威?)의 대상이 우리 대한민국이다. 우리에게 겨눈 총부리를 독하고 강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협박을 보다 효과적으로 들리게 하는 목적이 명백하게 거기 들어 있는 계획인 것이다.

그런 계획을 미처 발표도 못하고 죽은 아버지의 아들인 김정은이 안됐고 측은하여 못내 아쉽다는 듯한 朴 모씨, 그는 천안함 사태 때에는 그것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단정을 섣불리 내려서는 안 된다고 기를 쓰고 훈계를 해댔던 인물이다.

그는 이 인터뷰를 이런 말로 마무리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북한이 이 일(김정일의 사망)로 혼란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명박 정부는 어떻게든지 조심하고 도와야 합니다.”
북한의 혼란을 틈타 딴 생각을 했다가는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는 가진 것일까. 그게 아니면 이명박 정권이 북한의 혼란을 일부러 획책할 수도 없거니와 그것을 도와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일 터인데 이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

그러는 모양을 보노라니 슬며시 이런 생각이 든다. 북한이 혼란해진 김에, 김정일과 그토록 속삭이며 친밀하게 지낸 인사들의 은밀한 교제 내용들이 흘러 나와 우리에게 알려질 수는 없을까?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혹여 그런 것은 아닐까..
송정숙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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