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연 기자]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가 숨지는 사례가 3년 반 동안 4건이나 되는 등 식욕억제제 과다 처방과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7월∼2019년 6월 식욕억제제 처방량은 2억3천500만개 이상, 처방환자는 124만명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천414명 이상의 환자에게 64만6천개 이상 처방된 셈이다.

처방량이 많은 식욕억제제 상위 5개 품목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로카세린 등이었다.

▲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출자료, 김상희 의원실 재구성

이 기간 식욕억제제를 가장 많이 처방받은 환자 A씨는 12개 의료기관을 돌며 식욕억제제 1만6천310개를 93차례나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개 의료기관당 1천359개씩, 처방 1건당 평균 175개를 처방받은 것으로, 1년간 매일 44개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셈이다.

환자의 식욕억제제 의료쇼핑도 문제이지만 의사의 과잉 처방도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간 환자 1인당 처방량이 가장 많은 광주광역시 한 의원의 의사 A씨는 환자 38명에게 3만8천721개의 식욕억제제를 처방했다. 환자 1인당 1천19개를 처방한 꼴이다.

서울 강남의 또 다른 의원 의사 B씨는 이 기간 총 67만5천25개를 744명의 환자에게 처방했다. 의사 B씨의 환자 1인당 평균 처방량은 907개에 달한다.

식욕억제제의 전체 환자 1인당 평균 처방량이 189개인 점에 비춰볼 때 의사 A씨는 5.3배, 의사 B씨는 4.8배 이상 많은 처방을 한 것이다.

심지어 사망한 환자 이름으로 마약류 식욕억제제가 처방된 경우도 있었다.

'2018∼2019년 6월 사망자 마약류 처방 현황'을 보면, 8개 의료기관에서 사망한 8명의 이름으로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로카세린 등 식욕억제제 6종이 1천786개 처방됐다. 이들 8개 병원은 모두 적발돼 수사받고 있다.

김 의원은 "아무리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지만 과도하게 많은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는 병원과 의료인의 경우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 식품의약품안전처 제출자료, 김상희 의원실 재구성
* 환자가 의원과 병원 2곳에서 처방을 받을 시 각각 1명으로 통계에 잡힘. 중복을 제외한 실제 환자

더 큰 문제는 식욕억제제의 부작용이다. 마약류로 지정돼 관리 중인 식욕억제제는 과다 복용하면 환청이나 환각뿐만 아니라 심하면 심장이상, 정신 분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한다.

2016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3년 6개월 동안 식욕억제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천279건이며 이 중에서 사망은 4건에 이르렀다. 부작용이 가장 많은 식욕억제제는 로카세린으로 620건이며 펜터민(489건)이 뒤를 이었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의사가 환자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게 환자 투약내용을 확인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과도한 식욕억제제 처방과 오남용, 불법판매 등을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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