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의 북한에 대한 관측자들의 전망은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그의 할아버지나 아버지처럼 그렇게 튼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러나 그를 수장으로 하는 집단지도 체제는 그런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내부적으로는 탄압의 강도를 높이며 주민의 동요와 해이(解弛)를 막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 중국, 러시아를 ‘빽’ 삼아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남쪽에 대해서는 지금까지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려 할 것이다. 남쪽에 보수정권이 지속되면 남남 갈등을 조장하는 등 비우호적인 태도로 임하고, 좌파정권이 들어서면 6.15 선언대로 통일전선 전술과 대북지원 등 정치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다. 결국 김정일의 사망으로 북한의 현 노선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변화는 곧 해체(解體)’라는 극도의 공포심을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의 마음은 갈수록 변해 갈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정권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내 살 길 내가 찾는다”는 삶의 방식으로 더욱 바뀌어 갈 것이다. 그렇게 바꾸지 않을 수가 없다. 김정은 체제가 지금의 정책기조로 계속 나가는 한 주민의 배고픔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처는? 단호한 원칙과 유연한 전술을 배합해서 구사해야 한다. 단호한 원칙이란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이다. 도발에는 응징으로 맞선다는 것을 주지시키면서 경제적으로 우리가 주는 만큼 안보적으로는 우리도 받아내야 한다는 대원칙이다.

북에 핵이 있는 한에는, ‘천안함과 연평도’ 같은 것이 정당하게 마무리 되지 않고 재발방지가 보장되지 않는 한에는,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대북지원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이 원칙을 강제할 수 있는 압도적인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

유연한 전술이란 북이 진정으로 바뀌기만 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상호번영의 길을 추구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계속 알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이 불량국가로서의 쇄국주의보다는, 제한적이더라도 정상국가로서의 개방을 향한 점진적인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코스트가 훨씬 적게 든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이 유인을 위해서는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우리에게 자해(自害)적일 뿐인 대북 일방적 지원론을 펴면서 북한주도의 통일전선 전술에 호응하려는 우리 내부의 종북 세력에 대한 싸움은 여전히 불가피할 것이다.

북한 내부를 향한 외부정보 유입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굶주리고 억압 받는 북한 주민이야 말로 우리 통일노력의 동반자들이다. 그들의 마음을 우리가 얻어야 한다.
 
문제는 이쪽의 정권과 정계와 각계 지도층 및 대중이 한반도 정세를 관리할 만한 우수한 대처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게 미심쩍다. 경제적으로 이만큼 우세한 남쪽임에도 우리는 그만한 대북 대처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한심한 노릇이다. 부자가 거지한테 달라는 대로 주고서도 걸핏하면 정수리 얻어맞고 뒤통수 얻어터진 격이었다. 자괴와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류근일<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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