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오 기자] 올해 A형간염 환자가 급격히 증가한 주요 원인이 오염된 조개젓으로 확인돼 정부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조개젓 섭취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1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확인된 A형간염 집단발생 26건에 대해 역학조사를 시행한 결과 21건(80.7%)에서 조개젓 섭취가 확인됐다.

또 수거가 가능한 조개젓 18건 가운데 11건에서 A형간염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이 가운데 유전자 분석을 시행한 5건은 환자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조개젓에서 검출된 바이러스 유전자가 같은 '근연관계'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집단발생 사례 2건에서 A형간염 환자의 조개젓 섭취비가 대조군보다 각각 59배, 115배 높았다.

조개젓 섭취 여부에 따른 A형간염 발병 위험을 확인하는 후향적 코호트 조사에서도 조개젓을 섭취한 군에서 섭취하지 않은 군보다 A형간염 발병률이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본은 집단 발생 사례 3건을 분석한 결과 유행 발생 장소에서 조개젓 제공이 시작되고 평균 잠복기인 약 4주 후에 환자 발생이 시작됐고, 조개젓 제공이 중지된지 약 4주 후에 관련 환자가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조개젓과 A형간염 환자에서 동일한 유전자 군집(cluster)이 확인됐다. 이는 A형간염이 공통 감염원으로부터 유래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 A형간염 유행곡선[질병관리본부 제공]

집단 발생 5건과 관련된 조개젓 검체와 집단 및 개별사례에서 확보된 189명의 인체 검체를 분석한 결과 조개젓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87.5%, 인체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76.2%가 동일한 유전자 군집을 형성했다.

이밖에 질본이 7월 28일부터 8월 24일까지 확인된 A형간염 확진자 2천178명 중 270명을 무작위 표본 추출해 조개젓 섭취 여부를 조사한 결과, 42%에서 잠복기 내 조개젓을 섭취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월 26일까지 신고된 A형간염 환자 1만2천835명의 가족 접촉자 중 2차 감염률을 분석한 결과 334가구에서 2명 이상 환자가 발생해 가족 내 2차 감염률은 2.65%로 확인됐다.

이에 질본은 A형간염 안전성 확인 시까지 조개젓 섭취를 중단해줄 것을 권고했다. 식약처는 이달 중 조개젓 유통제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고 조개젓 생산 제조업체에도 조개젓 제품의 유통판매를 당분간 중지토록 협조 요청할 예정이다.

질본은 "오염된 조개젓 섭취와 A형간염 유행의 인과성이 성립한다"며 "다만 집단 발생 후 접촉 감염, 확인되지 않은 소규모 음식물 공유에 의한 발생도 가능하므로 이에 대한 적극적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A형간염 신고 건수는 지난 6일 기준 1만4천214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1천818명 대비 약 7.8배 증가했다. 

30∼40대가 전체 신고 환자의 73.4%를 차지했고, 20대까지 포함하면 20~40대 환자 비율이 87.4%에 달한다.

남자가 7천947명(55.9%)으로 여자에 비해 다소 높았고, 지역별 인구 10만명당 신고 건수는 대전, 세종, 충북, 충남 순이었다.

20~40대에 환자가 집중되는 데 대해 질본은 이들의 A형간염 항체양성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들의 항체양성률은 10.7~70.2%다.

A형간염 예방접종은 1997년에 국내 도입됐고, 2015년부터는 2012년 이후 출생한 모든 소아에게 국가예방접종이 시행됐다. 

일반적으로 A형간염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 음식 익혀 먹기, 물 끓여 마시기 등이 권고되지만 무엇보다 예방주사를 맞아 항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특히 고위험군인 만성간질환자, 혈액응고질환자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또 2주 이내에 A형간염 환자와 접촉한 경우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방접종을 하는 게 좋다.

A형간염에 걸린 적이 없거나 A형간염 면역이 없는 경우 6∼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면 면역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백신의 항체 양성률은 2회 접종 후 거의 100%에 달해 추가 항체 검사는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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