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 기자] 고혈압 환자 가운데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연구팀(김현창·이호규)은 2004∼2007년 새로 고혈압 진단을 받은 30∼80세 165만1천564명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사망률을 추적 조사한 자료를 27일 발표했다. 

그 결과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고혈압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고혈압 환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눠 사망률을 비교했는데, 소득수준이 하위 20%에 속하는 고혈압 환자는 상위 20%의 환자보다 사망률이 1.5배 높았다.

또 고혈압 환자들은 치료제를 정기적으로 처방받아 복용하는지를 기준으로 한 '치료 순응도'를 기준으로 상, 중, 하 3개 그룹으로 나눴을 때, 하위 그룹의 사망률은 순응도 상위 그룹의 1.66배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소득수준이 높고 치료도 열심히 하는 환자에 견줘 소득수준이 낮고 치료를 잘 하지 않은 환자는 사망률이 2.46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추산했다.

고혈압은 증상이 없으면서도 발병하면 동맥경화, 뇌졸중, 심근경색 등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해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대한고혈압학회의 '2018 고혈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18년 기준으로 1천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최대 500만명이 고혈압인 줄도 모른 채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고혈압 치료에는 혈압 강하제 약물요법과 함께 위험 요인을 일상생활에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고혈압과 관련된 위험 요인으로 가족력·음주·흡연·고령·운동 부족·비만·짜게 먹는 식습관·스트레스 등을 꼽는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소득수준과 고혈압 치료 행태가 복합적으로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 평가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고혈압 기준[자료 사진]

김현창 교수는 "우리나라는 최근 고혈압 관리 수준이 많이 향상됐고, 심뇌혈관질환 사망률도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환자의 사망률이 높은 건강 불평등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저소득층 등 고혈압 관리 취약계층 대상을 선별하고 치료 실태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AHA) 공식 학술지(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JAHA)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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