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층 내부의 비리가 시도 때도 없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대통령 측근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이 파경에 이르렀다고 목청을 돋운다.


검찰 조사로 드러난 것을 보면 이상득 의원실의 박배수 보좌관을 비롯한 보좌진들이 조직적으로 부패사슬에 묶여 있는 형국이다. 4억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김재홍씨는 대통령의 4촌 처남이다. 일부 경제부처 관료와 금융감독원 직원에 대한 인사를 청탁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의 사촌처남이라고 해서 고위 경제 관료의 인사에 개입하고 방만한 기업의 퇴출을 막으려 했다니, 대통령 친인척에 의한 권력형 비리가 언제 없어질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이상득 비서진 7명 가운데 5명이 개입된 권력 측근 비리는 마치 노무현 정권 말기에 드러난 권력형 비리의 재판을 보는 것 같다. 2003년 11월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 이를 통과 시키는데 성공했다. 국회본회의 통과까지 실로 초고속으로 이루어진 이 법안은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넘는 184명이 찬성했다.

그때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안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씨, 이광재씨, 양길승씨 등 관련 사건을 다루도록 돼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씨는 대통령 선거 운동 당시 부산지역 건설업체로 부터 관급공사 청탁명목으로 30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주 수사 대상이었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일까. 그때 그와 유사한 ‘측근비리’가 MB정권에 와서 재연되고 있는 것은 고질적인 권력형 비리가 여전히 창궐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이런 비리를 뿌리 뽑지 못하니 불명예스럽게도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왜 이토록 권력 형 비리가 만연하는가. 법과 정의가 살아 숨 쉬는 사회라면 비리의 온상쯤은 벌써 도려냈어야 했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대통령 형님의 보좌관이 거액의 수뢰 혐의로 구속된 것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사건은 그 보좌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득 의원실 자체가 ‘자금세탁’의 통로가 되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니 대통령 형님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상득 의원이 누구인가 "‘만사형통’, ‘상왕’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던 의원이 아닌가. 이런 분의 보좌관이 비리에 연루되어 구속된 것은 전두환 정권당시 대통령의 동생이 비리에 연루되어 철창신세를 진 것을 새삼 떠 올리게 한다. 물론 이상득 의원이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형님 비서진들이 줄줄이 묶여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그 분이라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국이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결정적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정치권이 맑아지지 않으면 부패척결은 요원하다. 정치권과 기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정경유착이 바로 그 원흉이다. 재벌기업의 각종 변칙운영을 먹이사슬로 삼는 정치권, 고질적인 자금세탁 수법은 얘나 지금이나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지 않은가. 정권 말기일수록 지능적이고 대담해진 권력 측근 비리가 창궐하기 쉽다.

이명박 대통령은 말로만 공정사회 운운하지 말고 부패척결이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권력 측근 비리를 송두리째 도려내는 데 한 치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중심과제는 우선적으로 강도 높은 사정(司正), 즉 부패 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 강화 밖에 다른 묘수가 없다. 부정부패에 대해 보다 엄격한 감시 기능은 물론, 부정부패로 유죄판결을 받은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다시는 공직에 취임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부패추방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이 시험대에 오른 측근 비리를 대통령이 얼마나 과감하게 척결할지 국민들은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고 있다.

정운종 논설위원<대한언론인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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