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광 기자]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사람들에게 발급됐던 건강보험증이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당국이 가입자가 신분증만 있으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게 자격확인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건강보험증을 신청자에게만 발급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은 건강보험법 개정으로 12일부터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만 건강보험증을 발급한다고 밝혔다.

건보공단은 이를 통해 연간 52억 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전까지 건보공단은 모든 가입자에게 건강보험증을 발급했다. 

 

건보공단은 해마다 2천만건 이상의 건강보험증을 발급하고 우편으로 발송하면서 매년 60억원 안팎의 비용을 지출했다.

건강보험증 발급에는 비용이 발생할 뿐 아니라 건보공단 직원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져 돈과 인력 낭비가 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발급된 건강보험증은 의료기관을 이용할 때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현재 병원 등 대부분 의료기관이 주민등록번호 등으로 수급자 자격을 전산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쓰지 않는 건강보험증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남의 건강보험증을 몰래 사용해 치료받는 등 부정한 방법으로 쓰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증을 부정 사용해 치료받더라도 진료비의 상당 부분을 '공단 부담금' 형태로 대주는데, 이렇게 빠져나간 건보재정은 막대하다. 건강보험증 대여와 도용은 70% 이상이 친인척이나 지인 간에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도 쉽지 않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5~2017년 건강보험증 부정 사용 진료 건수는 총 17만8천237건에 달했다. 이 기간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증을 사용해 외래 진료를 받은 인원은 3천895명이었고, 이들이 부정 사용한 금액은 총 40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100만원꼴이다.

그렇지만 부정 사용 금액에 대한 회수율은 70%에 못 미쳤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증 부정 사용에 따른 부정수급과 재정 누수를 막고자 종이 건강보험증을 폐지하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전자건강보험증(IC카드)을 도입하는 방안을 한때 추진했지만, 개인정보 누출 등 우려와 비판에 막혀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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