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위 재정의를 설명한 일러스트레이션[국제도량형국(BIPM) 제공]

[윤수지 기자] 세계측정의 날인 이달 20일부터 국제단위계 7개 기본단위 중 4개의 정의가 바뀐다.

16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표준연)에 따르면 질량 단위 '킬로그램'(㎏), 온도 단위 '켈빈'(K), 전류 단위 '암페어'(A), 물질량 단위 '몰'(mol)의 개정된 정의가 20일 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한 번에 단위 4개 정의가 바뀌는 것은 도량형의 전 세계적인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한 미터협약을 맺은 1875년 이후 144년만에 처음이다. 

이번 조처로 해당 단위는 전부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를 정의에 활용하게 됐다고 표준연은 설명했다.

▲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제26차 국제도량형총회
이 자리에서 킬로그램, 암페어, 켈빈, 몰의 재정의가 최종 의결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킬로그램의 경우 1889년부터 백금(90%)과 이리듐(10%)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 질량이 정의로 쓰였다.

그러나 130년이 지난 현재 원기 질량 자체가 수십 ㎍(마이크로그램)가량 변했다.

인공물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정의에는 플랑크 상수라는 고정된 값과 물체 질량을 연결하는 키블 저울을 사용한다.

플랑크 상수는 광자(빛) 에너지를 광자 주파수로 나눈 수치로, 중력 상수처럼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값을 갖는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보유한 킬로그램원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키블 저울은 질량·중력·전기·시간·길이 등 수많은 측정 표준의 종합체로  측정 불확실성 정도가 1억분의 1 수준으로 구현돼야 한다.

'절대온도'라고 일컫는 켈빈 역시 물이라는 특정한 물질에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볼츠만 상수를 활용하게 된다.

▲ 새로운 킬로그램 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개발 중인 키블 저울[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암페어는 '무한히 긴', '직경을 무시할 수 있는' 같은 모호한 서술 방식 대신 '단위 시간 당 전하 흐름'을 표현할 수 있는 기본상수에 근거한다.

몰의 경우엔 킬로그램에 의존하던 기존과는 달리 아보가드로 상수 규정을 척도로 쓰게 됐다.

이 지각 변동은 우리 일상에는 전혀 혼란을 미치지 않는다고 표준연은 강조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물의 삼중점 셀
얼음·물·수증기가 공존하는 상태로, 켈빈 정의에 활용해 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제공]

박연규 물리표준본부장은 "다만 산업현장이나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마이크로 수준 미세 연구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의 미세한 분량 차이나 금 같은 고가 물품 측정 오차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그러면서 "극한 측정 정확도 향상은 첨단산업 경쟁력의 밑거름"이라며 "단위라는 기준이 매우 고도화하면서 최고 수준의 정교한 측정이 가능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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