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나라당이 박근혜 전 대표 체제로 바뀔 전망이다. 박근혜로서는 2006년 6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5년5개월여 만에 한나라당이라는 ‘정치 상점’의 주인으로 다시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를 두고 박근혜의 ‘귀환’이라고 했다. 어떤 형식이든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대선까지 박근혜와 운명을 함께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 10?26 서울 시장 보선 패배 후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뒤늦게 깨달은 절체절명의 과제는, 재집권을 위해 당을 어떻게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키느냐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당을 재건축할 것이냐, 리모델링할 것이냐의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재건축이라면 언제 어떻게 그것을 시작해서 새 건물을 완공할 것이냐, 리모델링이라면 어느 부분까지를 어떤 방식으로 고칠 것이냐를 놓고 당내의 논의?다툼만 무성하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전 대표였던 박근혜가 다시 당 경영자로 귀환한다고 해도 그의 발걸음은 참으로 무겁기 그지없을 상황이다.

실제로 당 안팎의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박근혜가 헤쳐가야 할 앞길은 사실상 ‘산 넘어 산’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물론 박근혜는 당의 진로에 대해 큰 틀의 원칙을 제시하긴 했다. 지난 1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화합과 통합을 통해 재창당 수준의 한나라당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면서 "신당 창당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재건축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지켜보아야 할 것은, 그가 그 원칙을 구체화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할 것인가이다.

당 간판까지 내리고 단행하는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이라면 그 방법과 범위는 명확하다. 당의 이념노선의 변경이거나 총선 후보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한나라당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노선은 바꿀 수도 없고 바꾸어서도 안 된다면 결국 리모델링의 1차적 범위는 총선 후보의 공천 문제로 좁혀지는데 만일 그것이 국민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총선 패배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의 민심추이로 미루어 더욱 심각한 우려는,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한 인물?세력의 총선?대선승리를 통한 집권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10?26 서울 시장 보선 결과는 이에 대한 일종의 예고였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의 첫 리모델링 작업은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박근혜 자신부터 모든 기득권을 버리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과감한 물갈이만이 한나라당이 살 길이다..따라서 박근혜는 우선 그를 둘러쌓고 있는 이른바 ‘친박’ 진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뜻에서 최근 들어 친박의 해체가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계파해체는 ‘박근혜 한나라당’의 총선 후보 공천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큰, 그리고 훨씬 중대한 문제는 그대로 남는데 그것은  대권 레이스에서 박근혜의 결단이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정치 밖에서, 더 좁혀서는 정당 밖에서 몰려온 먹구름이 기존의 ‘박근혜 대세론’을 예측할 수 없는 난기류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른바 ‘안철수 현상’이야 말로 박근혜가 한나라당에 귀환한다고 해도 한나라당 안에서 대세론에 안주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일깨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측면으로 해석하면 박근혜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사람 찾기’이고 그 여러 대상 가운데 최종적으로는 안철수도 포함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서로 나라를 위해 어떻게 협력하고 어떤 형태로 기여 할 것인가, 어느 쪽이 어째서 대권에 도전해야하는가 등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 해 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안철수 현상이라는 정치적 뜬구름의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도 이는 긴요하지 않을까.

승리는 대개 파멸을 각오하고 도전하는 사람의 몫이다. 박근혜가 한나라당 경영과 대권가도에서 정치적 파멸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결단의 자세를 갖추어야 하는 이유다.이를 전제로 박근혜를 지지해온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향후 행보에 대해 보내는 기대를 상징적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될 성 싶다. “박근혜, 한나라당 밖으로 행군하라”. 험준한 오지(奧地) 여행가이자 재난구호 전문가인 한비야가 죽음을 무릅쓴 희생정신으로 세계의 여러 재난현장에서 숱하게 겪어야 했던 위험과  고난의 체험을 기록해 펴낸 베스트셀러의 제목이 바로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인 것처럼... 박근혜와 한나라당 현직의원들은 ‘필사즉생’(必死卽生)의 자기 희생정신으로 마음을 비우고  행군해야만 비로소 성난 민심의 파고를 넘어 재집권을 향한 험로(險路)를 헤쳐 갈 수 있을 것이다.

 
조규석 본사 논설위원, 전 세계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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