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플러스 성장을 계속하며 무역 1조달러까지 달성한 한국이 내년이면 유럽 재정파탄과 미국 경기침체라는 태풍의 영향권 안에 발을 내딛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을 지탱해 온 주요산업들의 성장률이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보여 그동안 국내 금융권에만 부각됐던 위기의 여파는 점차 실물경제까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전경련은 12일 주요 업종별 10개 단체를 대상으로 내년 수출전망을 조사한 결과 7개 주력 업종의 수출성장률이 미국, EU 등 선진국의 경기부진과 신흥시장 경제성장률 둔화, 그리스 재정위기 등 불안요인들로 인해 올해보다 크게 위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한 ‘주요업종 2012년 수출전망’에 따르면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조선과 반도체, 석유산업의 부진이 심각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선산업은 올해 세계 경기회복세에 힘입은 조기 인도로 19.3%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2008년 경제위기에 비교할 만큼 심각한 수주감소로 인도 물량이 줄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됐다.

 

최근 중국으로부터 다시 세계 1위 자리를 뺏어온 조선업은, 주요 수출국이던 그리스 등 유럽지역의 악재로 내년 악전고투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물론 중국 조선업계도 소형 업체가 잇따라 파산에 내몰리는 등 세계 조선업계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감소했던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수출 감소가 전망된다. 이는 삼성이나 하이닉스의 점유율이 줄어든 것이 아닌, PC시장 위축이 지속되는 등 전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위축된 영향으로 평가된다.

 

석유는 올해 신흥국 수요가 증가하면서 무려 67.8%에 달하는 도약력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공급역량의 제한으로 제로 성장을 하거나 5% 이하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대폭 감소하며 정체가 예상되고 있다.

 

대지진으로 일본 업체의 공급이 제한을 받는 동안 미국시장을 빠르게 점령해나가고 있는 자동차는 올해 무려 27.9%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내년에는 신흥시장의 수요가 감소하고 미국, 일본 등의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5% 이내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올해 사상 최대 수출량을 기록했던 만큼 내년 성장률이 줄어도 생산과 수출량은 또 한번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반기계는 올해 중국 투자수요에 힘입어 29.3%에 이르는 고성장을 이뤘으나 내년에는 10%대로 하락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철강도 올해 35.4%나 성장했지만 내년에는 수요업종들의 부진으로 수출성장률이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섬유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의 원부자재 수출 증가에 힘입어 17.4%의 성장을 기록하며 올해 13년만에 IMF 이전의 수출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지만 2012년에는 5%대 수출증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FTA가 변수로 작용해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수출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여 전략적인 경영이 요구되고 있다.

 

올해 30.3%나 성장한 석유화학은 물량기준으로는 내년 이보다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급안정으로 가격이 하락하면서 올해와 같은 호조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률은 제자리 걸음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냉장고 등 가전제품 및 PC를 통합한 전자제품은 내년 가전시장의 정체에 따라 올해 기록한 5.7% 정도의 성장률이 전망되고 있다.

 

다행히 부진했던 디스플레이는 -7.9%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록한 불황의 기저효과로 분석된다.

 

전경련 관계자는 “올해는 중동의 쟈스민 혁명, 일본 대지진, 그리스 채무로 촉발된 유럽경제 위기 등 악재가 어느 해보다 많이 발생했다”면서 “이런 어려움에도 우리 기업들이 수출에서 높은 실적을 거뒀지만, 내년에는 유럽발 위기와 더딘 미국 시장회복으로 신흥국 수출도 영향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정부는 환율안정 등 수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번 조사는 대한석유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기계산업진흥회,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국전자산업진흥회, 한국조선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을 대상으로 했으며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됐다.

 

한편 이번 주요업종 단체들의 의견 뿐 아니라 최근 전경련이 민간·국책 연구소 및 금융기관의 경제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내년 경제전망에 대해 조사한 결과, 80%에 해당하는 24명이 내년의 수출환경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으며 특히 유럽,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 환경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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