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르끼예, 쯔르나고라, 흐르바쯔까, 스웨리에.
북한이 표기하는 각국의 국명(國名)이다. 우리식 표기로 하면 터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스웨덴이다.

북한이 출판하는 세계지도를 보면 많은 국가명이 우리와 크게 차이 난다.

같은 영어라도 미국식 영어에 친숙한 우리와 달리 북한은 영국식 영어에 기울고 러시아어 영향도 많이 받았다. 여기에다 북한은 우리보다 현지발음을 더 중시하는 편이다.

실제로 북한은 덴마크를 `단마르크', 폴란드를 `뽈스까', 멕시코는 `메히꼬', 캄보디아를 `캄보쟈'로 표기한다. `뽈스까' `쯔르나고라' `흐르바쯔까' 등을 보면 러시아어의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현지 발음을 중시하는 북한은 1998년 9월부터 현지어 발음 표기 원칙을 내세워 일부 국가의 이름을 새롭게 고쳤다.

북한이 고쳐 부르는 나라들을 보면 ▲독일→도이췰란드 ▲체르노고리아(세르비아공화국)→쯔르나고라 ▲토이기(터키)→뛰르끼예 ▲호르바찌야(크로아티아)→흐르바쯔까 ▲희랍→그리스 등이다.

또 ▲화란→네데를란드 ▲오지리→오스트리아 ▲인도→인디아 ▲애급(이집트)→에집트 ▲웽그리아(헝가리)→마쟈르 등으로 바꿨다.

남북한 간의 이런 표기 차이는 국가명뿐만 아니라 지명(地名)에서도 현저하게 나타난다.

북한은 오스트리아의 빈을 `윈', 이집트 `카이로'는 `까히라', 폴란드의 바르샤바는 `와르샤와' 등으로 표기한다.

북한은 한자(漢字) 독음을 그대로 썼던 중국의 지명도 지난 8월부터 현지발음 위주로 바꿨지만, 조선족 자치주 주도인 옌볜을 `옌비엔'으로, 헤이룽장은 `허이룽장'으로 표기하는 등 우리와 여전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북한 간에 이렇게 상이한 국명·지명 표기를 중국의 참여 아래 통일해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북한의 이번 제안에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에도 속도를 내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명표기 같은 작은일부터 먼저 하고나면 큰일(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을 하기가 쉬워진다는 점에서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은 2005년부터 진행됐지만 5·24 대북제제조치 등으로 그동안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국명을 포함한 지명 표기 통일작업 역시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남북이 중국의 지명을 통일표기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지만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이름이나 지명을 동일하게 표기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전문가들은 미국식 영어에 기반을 둔 한국의 외래어 표기와 영국식 영어와 러시아어의 영향이 강한 북한의 외래어 표기방식 간에 접점을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반도의 지명 표기를 통일하는 데도 남북 간에 이견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달리 두음법칙을 사용하지 않는 북한은 '량강도(양강도)' '라선시(나선시)' '림진강(임진강)' 등으로 지명을 표기한다.

중국 학자들이 중재자로 나선다고 해도 두음법칙 적용여부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의 '문화어'와 한국의 '표준어'의 문법체계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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