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남북이 지난해 '9·19 군사합의'를 통해 4월 1일부터 진행되어야 할 비무장지대(DMZ) 남북공동유해발굴과 한강하구 남북 민간선박 자유항행이 최근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시작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DMZ 남북공동유해발굴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4월 1일부터 DMZ 내 군사분계선(MDL) 남측지역에서 추가 지뢰제거와 기초 발굴작업에 착수하되, 민간선박의 한강하구 자유항행은 보류할 방침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31일 DMZ 남북공동유해발굴과 관련 "아직 북측의 연락이 없는 상황"이라며 "4월 1일부터 MDL 이남 지역에서 지난해부터 실시한 지뢰제거 작업에 연계해 추가 지뢰제거 작업과 기초 발굴작업을 (남측 단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리 측 지역에서 유해발굴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북측이 공동유해발굴에 응하면 이 작업에 연계해 바로 진행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남북은 9·19 군사합의를 통해 4월 1일부터 강원도 철원에 있는 화살머리고지에서 시범적으로 DMZ 공동유해발굴에 착수하기로 약속하고, 올해 2월 말까지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을 완료해 상호 통보하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국방부는 지난 6일 북측에 남측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이 완료됐다고 통보했지만, 북한은 아직 북측 공동유해발굴단 구성이 완료됐다는 통보를 우리 측에 하지 않고 있다.

유해발굴 관련 북측의 통보가 없는 상황에서 국방부는 지난 18일 DMZ 공동유해발굴과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 등 군사합의 이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이에 대해서도 답신하지 않았다.

북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우리 측은 일단 단독으로 DMZ 남측지역에서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 (연합뉴스)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이 남북이 지난달부터 35일간 진행한 한강 하구 공동수로조사를 지난 9일 마무리함에 따라 한강 하구 수역을 대상으로 만든 해저지형도를 10일 공개했다. 붉을수록 모래가 많아 얕은 곳, 푸를수록 수심이 깊은 곳이다. 2018.12.10 [해양수산부 제공]

아울러 정부는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을 남북대화를 통해 자유항행에 따른 군사적 보장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보류하기로 했다.

다만, 4월1일로 계획된 김포시 주관 '한강하구 시범항행'은 예정대로 시행키로 했다. 한강하구 시범항행은 우리측 지역인 김포 전류리 포구에서 한강하구 입구까지 항행하는 행사로, 남북이 9·19 군사합의를 통해 지정한 '한강하구 자유항행 구역'으로는 진입하지 않는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을 위해서도 남북 협의가 필요한데 아직 북측의 연락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DMZ 공동유해발굴과 한강하구 민간선박 자유항행은 9·19 군사합의에 시행일자가 명시된 합의사항 중 첫 불이행 사례로 꼽힌다.

앞서 남북은 지난해 9월 19일 군사합의서에 서명한 이후 작년 말까지 GP(감시초소) 시범철수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한강하구 공동 수로조사 등의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을 앞둔 시점부터 북한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남북 군사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군사합의 이행도 답보상태를 보였다.

이에 따라 DMZ 내 모든 GP 철수와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을 논의할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등의 주요 군사합의 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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