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겨울 문열어 부산문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매달 새로운 전시 공연으로 현대예술의 다양성 선보여

[윤수지 기자] 부산대 인근을 지나다 보면 대형 인체 조형물이 지키고 서 있는 범상치 않은 건물이 하나있다. 복합문화예술공간openarts space MERGE?머지(이하 예술공간MERGE?머지)이다.

2016년 50여년 된 오래된 가정 주택 2채를 리모델링하여 오픈한 문화예술복합 공간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전위 예술가이며 문화기획자인 성백 작가가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는 물론 독일 프랑스 아이슬란드 등의 유럽의 아트 페스티벌과 비엔날레 등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 전시와 퍼포먼스 공연 등을 선보이며 국제적으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작가이자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공간MERGE?머지는 작가가 지난 20년간 국내외에서 활동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부산에서 다원예술(openarts)의 토양을 다져 왔고 더 많은 예술가와 시민을 끌어들여 다원예술을 꽃을 피우기 위해 문화적 실험을 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2016년 건물을 은행 융자 등 빚을 내어 어렵게 마련하고 직접 1년간 공사를 해 만든 공간이여서 더욱 의미가 깊다.

“50년 된 주택 2채를 매입해 1년간 뜯어고쳤어요. 처음에는 업자를 통해 공사를 할려고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아 결국 제 손으로 모든 걸 마무리 지었죠. 2016년부터 가을부터 전시를 해왔고 2017년 그동안 함께한 작가들과 ‘13년 13인 전’을 시작으로 부산국제행위예술제, 해외작가 초대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부산 교류전 등의 기획전과 문화예술집 공연 등을 100여회 했더군요. 지나와 보니 정말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이렇게 낡고 허름한 50년된 주택은 ‘MERGE?머지’라는 이름으로 실험적이고 새로운 다원예술을 선보이는 장소로 탈바꿈해 공간 전체가 공연장이자 전시장이 되었다.

▲ 복합문화예술공간 ‘openarts space MERGE?’의 내.외부 사진

‘MERGE?’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다원예술을 선보이는 장소로 마련했다. 공간 전체가 공연장이자 전시장이다. 공간 전체를 이용한 행사를 하다 보니 처음에는 현대예술과 퍼포먼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로부터 민원을 받기도 하는 등 어려움이 컷다고 한다.

그러나 인근의 경로당 어르신들과 주민들을 초대해 공연을 선보이고 아름 아름 찾오는 카페 이용객들에게 행사 안내 문자를 보내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로 이제는 부산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예술공간MERGE?머지’는 부산대 번화가의 번잡함을 살짝 비켜난 골목에 위치하고다. 1층은 카페와 전시·공연 공간이 절반씩 차지하고, 멋스러운 고벽돌과 페인트칠로 꾸민 벽면 곳곳에 여러 미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무대 세트를 옮긴 듯한 철제 계단으로 2층에 올라가면 사무실과 휴식 공간, 탁 트인 테라스가 있다. 특히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대형 인체조형물은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2016년 개관 이후 시각예술 전시는 물론 실험적인 퍼포먼스 공연에서부터 클레식한 음악공연까지 다양한 현대예술을 선보였다. 특히 부산에서는 보기 힘든 다양한 퍼포먼스 공연들이 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고 실력있는 부산의 시각예술작가들의 작품 전시들이 줄을 이였다.

심홍재, 이혁발, 문병탁, 금경, 허필석, 권혁, 이원주 등 이름만으로도 중량감이 느껴진다. 이들 이외에도 최규식, 서수연, 윤시흔, 도해진, 박태우, 김태완, 김승희, 최미라 등의 젊은 작가들은 예술공간MERGE?머지에서 작품발표를 통해 작가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작가 뿐만 아니다. 외국 작가들의 전시도 많이 있었는데, 가장 최근에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사운드 아티스트 사이먼 웨담(Simon Whetham)의 개인전이 2019년 2월에 있었고 2018년에는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대만국적의 대지미술 작가 리 쿠에치(Lee, Kuei-chih)의 개인전을 비롯 인도네시아 국민작가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누어 이브라힘(Noor Ibrahim)의 개인전 등 일본, 인도네시아, 미국, 영국, 핀란드, 독일, 아이슬란드, 프랑스 등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이곳에서 전시와 공연을 했었다. 공간이 가지는 힘은 성백작가가 지난 20년간 만들어온 국제적 네트워크가 기반일 것이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부산 작가들의 해외 진출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데, 성백작가가 대표로 있는 부산자연예술인협회가 2008년 북경 송좡 예술지구 문화예술제 한국관 전시주관을 시작으로 아이슬란드 비엔날레 등 20여 차례 크고 작은 해외 전시에 한국작가들 50여명을 소개했으며, 2017년에는 인도네시아 교류전을 통해 지역의 작가 6명이 족자카르타 현지에서 전시와 공연을 했으며, 2018년에는 독일 베를린에서 부산 작가들의 공연과 전시를 기획해서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2005년 서구 꽃마을에서 ‘꽃마을 국제자연예술제’(현재 ‘부산 국제 오픈 아트 프로젝트(International open arts prtject in Busan)’)를 시작해 15년간 다원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시각예술, 음악, 설치미술, 춤,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결합한 작업을 통해 국내외 작가와 만나 네트워크를 쌓았죠. 그러나 꽃마을이란 한정된 장소에서 다원예술을 펼쳐 보이는 데 한계를 느꼈고, 그동안 쌓은 작업 결과를 더 대중적인 곳에서 마음껏 보여주고 싶었어요. ‘MERGE?’란 이름은 ‘합치다’와 ‘뭐지?’의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어요. 호기심에 ‘뭐지?’하고 왔다가 공연과 작품에 몰입해 ‘뭐지!’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죠.”

시각예술가이자 문화기획자인 성백 대표는 20년간 국내외 작가 500여 명과 작업하며 그들의 창작에 환호하고, 기회를 얻지 못한 이에게 안타까움을 느끼며 외롭게 프로젝트를 끌어왔다. 그는 그간의 아쉬움과 희망을 담아 이 공간을 마련했다.

▲ 예술공간MERGE?에서 예술가들의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고 있다.

“1999년 겨울 꽃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2005년 쯤에 동료 작가들과 ‘마을에서 뭔가 해보자’고 시작한 것이 ‘꽃마을 예술제’였다. 주변의 반응이 좋아 2008년부터 미국 중국 일본 작가를 초대해 ‘국제 예술제’가 되었고, 교류 폭이 넓어져 유럽 아시아 등의 작가들이 꽃마을 작업실에 머물며 여러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한국에서 레지던스라는 개념이 희박할 때부터 레지던스 개념의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이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관심을 보이며 공간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하고 부산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레지던스 사업에 선정되면서 꽃마을 openarts studio ARTinNATURE라는 이름으로 국제적인 레지던스 공간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여러 작가의 작품과 공연을 선보일 곳이 마땅치 않고, 그들의 재능과 실험, 도전을 마음껏 펼칠 공간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였다. 특히 일반 대중들에게는 퍼포먼스가 생소한 장르라 실험적인 예술가와 대중을 만나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open arts space MERGE?라는 공간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다행히 전위적인 퍼포먼스아트와 실험적 전시에 흥미를 갖는 관객들이 많아 ‘진정성을 담은 예술은 통한다’는 자신감으로 공간을 운영한다고 한다. 특히, ‘직접 손수 만든 공간이여서 더욱 애착이 가는 공간이다.’ 라고 말하며, 지속적인 공간운영을 위해서 경제적인 압박과 고민이 크지만, 조금 더 버텨보겠다고 한다.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느냐?는 질문에 자신이 작가이면서 기획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작가로서 작업을 하며 창작발표의 전시와 홍보 등에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꽃마을 ARTinNATURE작업공간에서의 작가들의 창작과 MERGE?전시공간의 창작발표 이것들을 프로모션하는 기획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개관 이후 3년간 함께 공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 장현영 큐레이터와 박진경관장의 도움이 컷다고 말했다. 자신은 단체 대표로서 큰 그림을 그리고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고 한다면 이분들이 힘을 보태고 같이 행동해 주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openarts space MERGE?에서는 매달 작가들의 대관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하니, 자신의 예술적 역량과 재능을 선보이고 싶은 작가들은 대관 신청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성백 대표는 무료대관으로 운영하고 싶지만 공간의 지속적인 운영과 발전을 위해는 유료 대관이 차선이라고 말하며, 대신 공연과 전시를 작가 입장에서 함께 기획하고 홍보 등을 적극적으로 하여 차별화된 대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공간을 매개로 대중들과 예술가들이 만나고 소통을 통해 ‘문화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부산에 이러한 공간이 있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지역으로서 큰 자산이다.

성백 작가의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앞으로의 가능성이 훨씬 더 커 보이기에 더욱 기대가 된다.

전시 및 대관 문의는 (010 3859 5302)이나 홈페이지 https://openartsmerge.modoo.at/ 예술공간MERGE?머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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