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호 기자] 정부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집회 관련자 등 시국사건 처벌자 107명을 포함해 총 4천여명을 상대로 특별사면을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 두 번째 사면으로 2018년 신년 특사 이후 1년여 만이다.

정부는 26일 오전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3·1절 100주년 특별사면안을 의결했다.

28일자로 시행되는 이번 특사에는 ▲ 일반 형사범 특별사면·감형·복권 4천242명 ▲ 특별배려 수형자 특별사면·감형 25명 ▲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자 특별사면·복권 107명 ▲ 국방부 관할 대상자 특별사면·감형·복권 4명 등 총 4천378이 포함됐다.

일반 형사범을 제외하고 가장 이목을 끄는 대상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13명)를 비롯해 밀양 송전탑(5명), 제주해군기지(19명), 세월호 참사(11명), 한일 위안부 합의(22명), 사드(THAAD) 배치(30명), 2009년 쌍용차 파업(7명) 등 7대 사회적 갈등 사건 관련 집회·시위에 참여했다가 처벌 받은 이들이다.

정부는 이들의 사면 배경에 대해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대표적 사건들"이라며 "중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거나 화염병을 사용해 직접 폭력·과격시위로 나아가는 등 국민들이 사면 대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경우는 원칙적으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드배치 사건은 찬반 관련자 모두를 사면·복권 대상으로 했고, 쌍용차 파업 관련해서도 질서유지 과정에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처벌받은 경찰관을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해 진정한 의미의 사회 통합과 화목한 지역사회 복원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사면 및 복권 대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신년 특사 때도 제주해군기지 등 시국사건 집회 관련 처벌자를 특정해 사면을 검토했지만, 재판이 완료되지 않은 이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용산참사 관련자 25명만 사면 대상에 포함한 바 있다.

이날 사면 대상에는 중증 질병으로 형 집행이 중지되거나 정상적인 수형생활이 곤란한 환자 10명과 70세 이상 고령자 중 재범 위험성이 낮은 모범 수형자 4명 등 특별한 배려가 필요한 수형자도 일부 포함됐다.

또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 양육이 곤란한 어린 자녀를 둔 여성 수형자 가운데 수형 태도가 양호한 4명도 사면 대상에 반영됐다.

반면 중형 선고자 등 죄질이 불량한 사범은 배제하라는 심사위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 이전 정부에선 요식 행위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던 사면심사위 기능을 내실화했다.

한편 이번 사면에서 정치권 인사는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한명숙 전 총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석기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의 사면·복권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취지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윤창호씨 사건 이후 높아진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해 음주운전 사범은 물론 무면허운전 사범도 사면 대상에서 배제했다.

이밖에 경제계 주요 인사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사면을 통해 교화된 형사범들이 다시 생업에 정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사회적 갈등과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됨으로써 민생 안정 및 사회통합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파인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