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오 기자]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뒤 1년 동안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사람이 3만5천431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 후 우리나라의 임종문화가 바뀌면서 치료 효과 없이 단지 목숨만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쪽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2018년 2월 4일 본격 시행되고서 이달 28일 현재까지 3만5천431명이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했다.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자 2만1천291명, 여자 1만4천140명이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유보란 연명의료를 처음부터 시행하지 않는 것을 말하고, 중단은 시행하고 있던 연명의료를 그만두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6개월에 1만4천787명, 시행 7개월 1만7천830명, 시행 8개월 2만742명, 시행 9개월 2만4천331명, 시행 10개월 2만8천256명, 시행 11개월 3만2천211명 등 시행 기간이 길수록 점점 늘어나고 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합뉴스TV 제공]

세부적으로 보면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가 각각 1만1천255명(31.8%), 1만2천731명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7%를 차지했다.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환자 10명 중 7명꼴이다.

이에 반해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부닥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283명(0.8%)에 그쳤다.

또 연명의료 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만1천162명(31.5%)이었다.

아직은 미처 연명의료 계획서 등을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환자가 많은 탓에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나중에 아파서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서류다.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시범사업 기간을 포함해 이달 28일 현재까지 1년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11만3천59명으로, 남자가 3만6천508명, 여자는 7만6천551명으로 여자가 훨씬 많았다.

현재 전국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할 수 있는 곳은 총 94곳(지역 보건의료기관 23곳, 의료기관 49곳, 비영리법인·단체 21곳, 공공기관 1곳)이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 환자 중에서 더는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고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만6천65명(남자 1만97명, 여자 5천968명)이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가 암 등의 말기 환자나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로 판단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작성한다.

▲ '존엄사법' 전담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 캡처]

환자 스스로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거나 시행 중인 연명의료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히면 된다.

하지만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정하기 위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전체 3천337곳 중에서 168곳(5.0%)에 불과할 정도로 적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썼더라도 실제 연명의료를 받지 않으려면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에서 사망이 임박했다는 판단을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은 42곳 모두 100% 윤리위를 설치했다.

하지만 종합병원은 302곳 중 95곳(31.4%), 병원급은 1천467곳 중 9곳(0.6%), 요양병원은 1천526곳 중 22곳(1.4%)만 윤리위를 설치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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