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지 기자] 2016년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에는 주인공인 수선사 미나미 이치에외에양장점을 방문하는 여러 손님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눈길이 간 손님은 엄마가 남긴 옷을 자기 몸에 맞춰 입고 싶어하는 유키라는 여성이었다. 철지난 스타일에 오래된 원단인 엄마의 옷. 수선사 미나미는 자신만의 클래식한 감성을 기본으로 유키에게 엄마의 기억과 함께 아름다운 옷을 재창조시켜준다.

최근 SPA를 중심으로 하는 패스트 패션이 일상의 복장으로 굳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아서 부담없이 구매해, 한 시즌 또는 한 해를 입다가 그 다음 시즌이나 해가 돌아오면 다시 새로운 흐름으로 바꿔 타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런 흐름속에서도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자기만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흐름이 생기고, 나만의 액세서리, 나만의 인테리어를 배워서 만들어 사용하는 DIY의 흐름도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

자급자족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상의 일부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는 태도는, 삶을 주어진대로 혹은 보여지는대로 살아가지 않고 능동적으로 판단해서 살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는 말보다 굉장히 귀찮은 일이다. 대부분의 것들은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더 높은 경비를 지불할 수도 있고, 시간도 더 많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내 것을 스스로 만든다는 태도는 또 다른 가치를 기대하기 때문에 필요하다.

명품의 가치는 단지 재료비와 인건비, 유통비용 등을 합친 가격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무형의 가치가 포함된다. 디자이너의 명성, 브랜드의 역사, 기술력 등 예술과 역사, 과학이 혼합된 총체의 무언가를 싣고있다. “아기를 위한 손뜨개 소품과 돌잡이용 장난감”(지인보그스쿨, 2018년 11월 7일 출간)에 유독 어머니의 손길이라는 표현이 실린 것은 이런 무언의 가치를 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도서제목 : 아기를 위한 손뜨개 소품과 돌잡이용 장난감/ 발행처 : 지인보그스쿨

다시 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로 돌아가 본다. 엄마의 옷을 자기 몸에 맞춰 수선해 입겠다는 유키의 마음을 단지 재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헐리우드 영화에 무수하게 등장하던, 어머니의, 할머니의 웨딩드레스를 다락방에서 꺼내어 결혼하는 딸에게 전해주는 장면을 보면서 검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이런 연대기적인 연결을 통해 생겨나는 유대감을 보면서 받는 감동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말이다.

이제 두가지 측면, 스스로 만드는 DIY를 한다는 것과 연대기적인 연결을 갖는다는 것에서 또 다른 명품의 가치를 찾아보게 된다. 즉, 손뜨개 테크닉의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과 별개로, 아이를 위해 아이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스스로 손뜨개하여 만든다는 것에서 명품의 가치를 찾아보려 하는 것이다.

흔히 브랜드 명품의 가치는 상품 그 자체보다 오히려 상품의 이미지와 희소가치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 “아기를 위한 손뜨개 소품과 돌잡이용 장난감”에 실린, 어머니가 직접 손으로 만든 아이의 옷, 돌잡이에 사용한 장난감은 단순히 손뜨개 관련 실용서적에 실린 작품으로 머물지 않고, 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이나 장난감을 아이가 커서 다시 입거나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버려지거나 잊혀져 버리는 패스트 패션, 취미생활의 산물이 아니라, 언젠가 다시 기억과 추억 속에서 살아나와 또 다른 연대기적 연결 속에서 그 가치를 보여줄 명품이 된다.

물론 고가를 지불하고 구매한 브랜드 명품 역시 그런 연대기적 연결 속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어머니가 직접 만들었다는 DIY의 과정과 시간이 스며들어 있지 못하다. 이사중에 우연히 발견한, 언제 먹었는지도 모를 과자 봉지나 식용품 포장지에도 순식간에 추억의 햇살이 내리 쬔다. 기억하기 힘든 어린 시절, 나를 위해 어머니가 만들어준 작은 헤어핀을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을 앨범 속에서 발견하면서, 바로 그 헤어핀이 이제는 낡은 모습으로 내 손위에 놓여져 있다면, 추억과 기억은 과거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살아있는 것이 된다. 가격을 정할 수 없는 명품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렇게 끝나지 않고 다시 연대기적 연결 속에서 다시 내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다면 명품을 넘어, 아름다운 유산이라는 길에 들어설 것이다. 이 책 “아기를 위한 손뜨개 소품과 돌잡이용 장난감”이 전하려는 정보와 이야기는 독자의, 의외로 굉장히 깊은 곳에 자리잡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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