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남오 기자] 국민연금은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를 내달 초에 결정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위원회 산하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대한항공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행사 여부 및 행사 범위를 검토하도록 결정했다.

수탁자책임위는 기존에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를 자문하던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조직으로, 횡령·배임 등 대주주 일가와 경영진의 사익 편취 행위, 저배당, 계열사 부당 지원 등 주주가치 훼손 행위에 대한 주주권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기금위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주주권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주주가치 훼손의 정의, 주주가치의 상승·하락의 측정 방법, 주주가치의 시기적 변동 가능성 등을 심도있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주주권을 발동하면 첫 사례가 되기 때문에 풍부한 자료 위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금위는 수탁자책임위의 논의 결과를 토대로 주주권행사 이행 여부와 방식을 2월 초까지 결정하기로 했다.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한항공·한진칼의 주주총회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국민연금이 임원의 선임·해임 등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주제안을 하려면 그 내용을 주총일 6주까지 공식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45%를 가진 2대 주주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은 7.34%를 보유해 국내 사모펀드(PEF)인 KCGI(10.71%)에 이어 3번째로 많은 주식을 갖고 있다.

▲ (연합뉴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한진칼을 겨냥한 이유는 조양호 회장이 각종 사익 편취, 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이사인 조 회장은 기내면세품 등을 구입할 때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196억원 상당의 통행료를 받아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또 '사무장 약국'을 운영해 1천억원대의 부당이득금을 챙긴 혐의로도 기소됐으며, 회사 조직을 이용해 가구, 욕조 등을 밀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인과 세 남매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부정대학편입', '공사현장 업무방해' 등의 사건으로 회사 이미지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에 국민연금은 오너 리스크와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대한항공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해왔다.

대한항공 주가가 하락하던 지난해 6월 5일 공개서한을 발송해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와 해결방안을 묻고, 대한항공 경영진 및 사외이사와의 비공개 면담을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공개서한 발송이라는 주주권을 행사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의례적 답변만 내놓으면서 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입장을 소상히 설명한 적이 없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정관의 변경, 자본금 변경, 합병·분할·분할합병 등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원칙적으로는 이런 경영참여를 배제하지만, 중대한 사안이 생겨 기금위가 의결한 경우에는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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