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 기자] 미국 정부가 해외파병 미군의 주둔비용을 주둔국과 어떻게 분담할지에 대한 원칙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내년에 새 방위비 분담 기준을 마련해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진행된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10번째 회의에서 차기 협정의 유효기간을 1년(2019년 한 해)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유효기간은 분담금 총액과 더불어 협상의 주요 쟁점 중 하나로, 현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이어서 미국의 '1년 주장'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당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새로운 방위비 분담원칙을 마련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고 내년에 새 원칙에 따라 다시 협상하자'는 취지로 '유효기간 1년'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과 일본, 나토 등과 각각 체결된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검토해 주둔국의 부담을 최대한 늘려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상 전략을 새로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연일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쏟아내왔다.

▲ [연합뉴스 자료사진] 6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 2018.6.26

그는 26일(현지시간)에는 "우리는 세계의 호구(suckers)가 아니다"라는 노골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동맹국을 압박했다.

당장 한미 간 10차 SMA 체결을 위한 협상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미는 지난 3월부터 협상한 결과 방위비 분담금 총액 등에 있어 이견을 상당히 좁혔고, 이를 토대로 지난 11∼13일 서울에서 열린 10번째 회의에서 최종 타결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실무차원에서는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됐지만, 미국 수뇌부가 완강한 대폭 증액 요구와 함께 유효기간을 1년으로 하자고 제안하면서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이 새 협정의 유효기간을 계속 1년으로 고집하면 이를 수용하되 분담금 인상 폭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방향으로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미국은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1년짜리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체결된다면 한국은 내년에 다시 새 방위비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진다.

 

미국은 내년에 일본, 나토 등과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이들과의 협상 추이가 우리와의 협상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13년 내놓은 '한국·일본·독일의 방위비 분담금 비교' 용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기준 2012년 방위비 분담금은 한국 8천361억원, 일본 4조4천억원, 독일 6천억원 수준이다.

단순 액수 기준으로는 일본은 우리보다 5배가 높고, 독일은 우리에 못 미친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분담금 비율은 한국 0.068%, 일본 0.064%, 독일 0.016%로, 한일이 비슷하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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