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계속 연기된다면 미국과 개방협상을 벌이는 일본에 밀려 비준의 경제적 효과를 잃는 것은 물론, 국제적 신뢰관계도 깨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5일 외교통상부 최석영 FTA 교섭대표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 장기화를 이같이 분석하고, 국가의 경제, 사회적 실익을 위해서는 조속한 비준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 대표에 따르면 오는 1월 1일 발효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비준처리가 실패하거나, 계속 늦어질 경우 FTA조기 발효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연간 15조원의 이득을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추진해 온 대외 개방 정책에 대한 일관성과 신뢰 문제에 대한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국가간 신뢰 손실은 경제가 아닌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내적으로도 이미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당장 FTA 발효 일자에 맞춰서 선적하고, 생산하고 원료를 구입하려고 하는 계획과,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시기도 상당부분이 모두 FTA 발효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입장에서는 이같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 상실이 현실적인 불안과 함께 경영계획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일본이 최근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TPP 교섭에 참가하기로 한 것도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TPP는 9개국이 참여하고 있고 이들 나라 대부분은 우리나라와 FTA협정을 체결했거나 협상중에 있는 국가다.

 

원래 TPP는 농업, 수산업 분야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하는 협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참여를 선언한 것을 보면 더 많은 분야의 개방을 요하는 FTA성격을 띌 가능성이 많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결국 미국과 일본이 높은 수준의 개방을 약속하는 TPP 협정을 맺을 경우 한미FTA 선점 효과가 반감돼, 정부는 일본의 참여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 대표는 “일본과 미국은 TPP참여국 전체 교역량 9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규모가 큰 국가라서 만약 일본이 한국보다 먼저 미국 시장에 접근하게 되면 한미FTA로 얻을 수 있는 우리의 선점 이익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 대표는 또 “일본의 TPP 참여는 개방의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되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일본보다 발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FTA에 대해 조치해나가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야권이 ISD도입을 두고 ‘독소조항’으로 미국 투자자만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전세계 대부분의 협정에 포함된 것이 ISD이며, 우리나라는 미국의 한국투자보다 더 많은 투자를 미국에 하고 있어 부당한 조치로부터 기업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ISD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호주처럼 ISD조항을 제외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는 “발효가 되기 전에 특정한 조항을 제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만일 ISD부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면 발효 이후 양자간 협의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ISD로 인해 사법권이 무력화되는 등 국가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과장된 주장”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간 국제사회에서 사법부 판결에 대해 투자자 손을 들어준 일은 단 두건이 있었는데 모두 사법권 판결의 내용에 도전한 것이 아닌, 사법 과정의 절차적 부당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사안에 불과하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야권 강경파들의 재재협상을 주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대단히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못박았다. 협상을 전후해 충분한 토의가 있었고, 비준을 마무리해야 하는 현단계까지 와서 재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고 내용적으로도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최 대표는 “재재협상 주장은 곧 한미 FTA를 폐기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미FTA 발효시 미국 대규모 유통업체가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없다는 서울시 주장에 대해서는 “이미 그 정책은 우리나라 도소매업의 진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88년 자발적으로 생긴 것이지, 한미FTA와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같은 정책은 이미 90년대 중반에 WTO협정에도 반영돼 있으며 그 이후 체결해 온 모든 FTA 정책에 반영돼 있는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한 것을 두고 “한미FTA 비준 동의 절차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야권에서 내년 총선이후나 19대 국회서 재논의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2007년 서명 이후 4년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토의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 비준 동의 절차를 지연시킬 이유가 없다”고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뉴스파인더 최원영 기자 lucas201@newsfind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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